노무현대통령이 어제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와 민생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직접 챙기고 나서기로 밝힌 것은 잘 한 일이다.지금 우리 경제는 청년실업자가 늘고 신용불량자가 3백5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자칫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사회안전망마저 붕괴될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이같은 시점에서 노대통령이 회견 연설문의 4분의 3을 경제와 민생문제에 할애한 것은 우리의 경제사정이 절박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는 증거라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노대통령이 밝힌 경기회복,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기술혁신,지식산업 육성,부동산 가격안정,공교육 정상화,노사관계 안정,지방 균형발전 등의 청사진도 국민의 입장에서 기대감을 가질만한 내용임에 틀림없다.특히 경제.민생문제에 주력하고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확실성의 거품을 제거함으로써 빠른 시일내 안정된 질서를 정착시켜 새로운 희망을 꽃피워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아무튼 노대통령이 그간 정치적 문제에만 집착하다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또 노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근로조건이나 임금면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스스로 절제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일부 강경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경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현재 우리 노조가 너무 정치 지향적이어서 잦은 파업으로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더욱이 대다수 국민들이 떼한민국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원하는 만큼 대통령 자신이 노사정 대타협의 신기원을 이룩하는 한해를 만들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제시한 장밋빛 미래는 재원과 세부계획이 뒷받침 되지 않고는 추진할 수 없다.정부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총선용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더욱이 열린 우리당 입당의사를 더욱 확고히 하면서 정치권의 판갈이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국민의 힘을 또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은 야당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는 소지를 남겨놓았다.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이 중립의지를 명쾌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앞으로 현실정치에 민감하게 관여하기 보다는 대통령으로서 국민통합을 가져올 수 있는 정치력과 리더십을 발휘해서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경제회복에 전념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