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첫 설맞은 마지막 황손 이석씨
"무너진 조선왕조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풍패지향의 고장인 전주의 전통문화를 알리는데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조선왕조 마지막 황손 이석씨(63·황실보존국민연합회 회장). 이씨가 올 설날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몰락한 왕조의 후손으로서 파란만장했던 유랑생활을 접고 오는 4월말께 조선조의 발상지 전주 한옥마을에 영구 정착하게되기 때문.
이씨가 전주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 것은 '황손 이석선생후원회'(회장 신일균)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실이다. 지난해 10월 결성된 후원회는 대지 1백30평, 건평 30여평 규모의 한옥체험 민박시설운영권을 전주시로부터 위탁받아 이씨의 주거공간으로 마련한 것.
이씨는 이곳에 자신이 보관중인 고종과 순종황제 사진 등을 포함 '황실유물 전시관'을 마련하고 시민들과 관광객에게 황실과 궁중예법 및 문화 음악, 전통 다례 교육 등을 직접 실시하는 한편 전주와 조선의 역사 전통에 대한 문화유산 해설사역할도 겸하게 된다.
이씨는 70년대 한때 선풍적 인기를 모은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로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지만 국내 유일의 조선왕조 후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이씨는 1941년 8월 고종황제의 다섯째 아들인 의왕(일명 의친왕)의 13남중 11번째로 태어났다. 고종의 장남인 순종은 후손이 없었고 3남인 영친왕은 두 아들을 두었지만 첫째는 어려서 죽고 차남 이구씨(75)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이씨가 국내에 거주하는 유일한 황손이다.
이씨는 중학교 3학년때인 1955년 의왕이 타계한후 생활이 궁핍해지자 외국어대 재학중 가수로 데뷔했고 대학을 졸업한뒤 생계를 위해 미 8군 전속 가수로 본격 나섰다. 66년 군에 입대, 베트남에 파병됐으나 교통사고를 당해 3년만에 제대했다. 이후 밤무대 가수와 방송 MC로 사회활동에 나서 '비둘기 집'등이 히트를 치면서 어느정도 생활의 안정을 찾았고 결혼도 해 1남 2녀를 두었다.
하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허울뿐인 왕족의 후예로서 이씨는 굴욕과 번민속에 수차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결혼에 실패한후 설상가상으로 79년 10·26사태가 발생하면서 군부에 의해 청와대옆 제 7궁에서 쫓겨나 미국 망명길에 올라야 했고 10년만인 89년 5월 숙모인 고 이방자여사 장례식때 귀국할 수 있었다. 이씨는 당시 미 영주권을 포기,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고 아들은 현재 미 대학에 재학중이며 두딸 역시 미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다.
6년전까지만해도 밤무대 가수로 활동했던 이씨는 요즘은 대학과 공무원연수원 등에서 조선왕조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동가숙 서가식의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씨는 "그동안 청와대에 문화재지정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지만 철저히 외면 당해왔다”며 정부의 무관심에 서운함을 표했다.
현재 이씨는 후원회에서 전주 고사동에 마련한 20여평 남짓의 사무실에 주로 거주하며 올 가을께 한국소리문화전당에서 가질 공연준비와 CD제작에 부산하다. 자신의 히트곡인 '비둘기 집'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북녁하늘'등 10여곡을 발표한다.
이씨는 "우리 역사에는 일제 강점기이후가 없다. 일제치하와 군정하에서도 왕족의 역사는 엄연히 존재해왔다. 왜곡된 황실의 역사를 복원하는데 남은 생을 다바칠 각오”라며 마지막 왕세손으로서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