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근 교수의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

오하근교수. (desk@jjan.kr)

 

시(詩)의 해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제멋대로 해석될 수도 없다. 시의 언어는 해석의 범위를 제한해 그 한계를 긋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오하근 교수(원광대 국어교육과)는 최근 펴낸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집문당 펴냄)를 통해 "시의 말은 다른 말과는 달리 꼭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현대시는 유명 시인의 작품조차 해석되지 않은 것이 많고 해석이 되었다고 해도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힌 오교수는 "해설로 해석을 대신해 전체 윤곽만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면서 작가론이나 문학사의 예문으로 삽입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강조한다.

 

오교수는 '해석의 오류' 대표적인 예로 민요론과 한의 정서로 먹칠된 김소월의 시를 꼽았다.

 

이 책은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거나 그 자체가 뛰어난 작품, 해석에 논란을 일으킨 작품 등을 골라 지금까지 고정화되어 있던 통설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론하고, 스스로 해답을 구한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정형시와 자유시의 중간형태인가, 신체시나 신시인가, 모작시나 번안시인가, 아니면 단순한 구호에 불과한가 등 구체적인 궁금증을 작가의 행적과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 시어와 시의 내포적 의미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주요한의 '불노리', 김소월의 '초혼',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 서정주의 '꽃밭의 독백'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작품들도 이 책을 통과하며 새로운 옷으로 말끔하게 갈아입었다.

 

특히 익산출신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과 부안출신 신석정 시인은 고인의 삶과 철학을 정감 있는 어조로 세세하게 거론하며 쓰여졌다. 가람의 시조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것은 편의상 시대구분이 아니라, 고인이 시를 쓰지 못했던 시기의 원인과 시대가 그의 시풍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가람은 1942년부터 1년 동안 옥고를 치르고 낙향한 뒤 농사에 전념하던 중 해방을 맞았다. 그가 시를 쓰지 못했던 5∼6년의 세월 동안 급변한 시대적인 환경은 가람의 시풍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던 것. 오교수의 주장처럼 가람의 후기 시조는 옥중의 감회와 해방의 감격으로부터 시작된다.

 

1930년대 최고의 평론가인 김기림으로부터 '목가시인'으로 불려진 신석정 시인은 1947년 자신의 두 번째 시집을 '슬픈 목가'(낭주문화사 펴냄)로 이름 붙이며 화답했다. 하지만 석정은 훗날 이른바 '목가시'를 쓴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한다. 오교수는 영국의 목가문학과 중국 남북조시대의 한시, 우리의 고전문학 등에서 찾아지는 목가적 경향을 분석해 "'촛불'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등 시인의 작품은 허무주의의 현실도피적 은둔사상의 목가시가 아니라, 원시주의의 현실비판적 인간 본성의 자연시”라고 주장한다. 석정의 시는 일상을 아름다운 시의 언어로 새겨 넣은 '생활을 승화시킨 시'라는 것. 오교수는 부정적인 현대 문명과 일제하의 조국 현실이 목가시나 전원시라는 아이러니의 언어를 산출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는 이론서·연구서의 성격이 강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는 않지만, 밑줄 그으며 읽다보면 시에 대한 또다른 해석과 해설에 구미가 당긴다. 수능세대에게도 적절한 답을 내려줄 수는 없지만, 문학전공자나 학력고사세대, 논술을 준비하려는 이들에겐 특별한 가치를 안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