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늙어가는 全北

조상진 정치부장

 

한국이 늙어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간다. 전북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니 한국내에서는 전남 경북에 이어 세번째로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광주와 대구를 전남과 경북에 묶어 놓고 보면 첫번째다.

 

지난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비율이 2022년에는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1999년 고령화(aging)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23년만에 고령(aged)사회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115년, 스웨덴 85년, 미국 75년, 영국과 독일 각 45년, 일본 26년 등에 비해 최고 4배이상 빠르다.

 

10여년전, 유엔은 의학의 발달과 환경의 개선으로 평균수명이 높아지자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을 기준으로 사회를 세가지로 구분했다. 즉 전체인구중 65세이상 노인의 수가 7%에 달하면 고령화사회, 14%를 초과하면 고령사회, 29%이상이면 초고령(super-aged)사회로 규정했다.

 

전북은 2002년말 65세 이상 인구가 22만1392명으로 11.3%에 이른데 이어 2003년말에는 11.7%로 높아졌다. 전남은 지난해 노인인구가 14.1%를 차지,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2개 시군 가운데 8개군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상태다. 전북도 순창 등 군(郡)단위는 대부분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늙어간다는 것을 무엇을 뜻할까.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있는 것인가.

 

예전에는 장수(長壽)가 미덕으로 꼽혔다. 다산(多産)으로 자손들이 번창하는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최근 90세 이상 노인이 많은 순창과 전남 곡성·구례군 등은 장수벨트행정협의회를 만들어 상품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는 물질적 풍요와 건강이 뒷받침될 때 축복이지, 그렇지 못할 경우 가정의 큰 짐으로 남게된다. 노인비중이 커지면 생산력이 감소하는 반면 복지비용 등 소모성 지출은 크게 늘어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우리나라는 출산율마저 세계에서 가장 낮다. 출산율이 1.17명으로 대체출산율 2.1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고령화와 저출산은 필경 인구구조를 역(逆)피라미드 형으로 만들어, 물구나무를 선 꼴이 될 것이다.

 

이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머지않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인구학자 폴 엘리스는 고령화를 지진(earthquake)과 같은 충격을 준다해서 agequake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2030년경에 엄청난 고민을 해야 할 거라고 경고한다. 현재 13억 인구의 중국은 성공적인 산아제한으로 친할아버지 친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등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가 한 아이를 떠받드는 4-2-1 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one mouth six pockets’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어린아이 1명에 6명의 주머니가 붙어, 소황제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1에 해당하는 소황제가 생산연령인구에 진입할 즈음에는 고령화로 인해 1명이 6명을 부양하는 ’one pocket six mouth’가 되는 것이다.

 

경제력과 노인복지 인프라가 잘 구축된 일본도 진작부터 노인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 사회가 10년뒤 닥칠 문제는 상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생산가능인구(15-64)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수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1980년 16.3명이었으나 지난해 8.6명으로 낮아졌다. 2030년에는 2.8명으로 뚝 떨어진다. 중국의 예가 남의 일이 아니다.

 

전북의 경우도 자치단체 나름의 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 사실 지역내 총생산(GRDP)이 낮은 것도 고령화와 무관치 않다. 노인인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와 관련이 깊다는 말이다.

 

또 군(郡)단위 노인인구가 대부분 20%를 넘고 있지만 노인문제 전담부서를 둔 곳은 하나도 없는게 현실이다. 독거노인이나 장기요양서비스를 요하는 노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대책은 미미하다.

 

청년실업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면 고령화문제는 잠재적 시한폭탄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