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아파트나 신축건물에 들어가면 누구나 감탄하기 마련이다. 최신소재로 시공한 바닥과 벽면 그리고 제 자리에 보기좋게 자리한 산뜻한 가구등 모든게 보는 사람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곳에 조금만 있다보면 눈이 따갑고 코가 매큼해지며, 머리가 아프고 심하면 속까지 메스꺼워진다.
이처럼 새 아파트나 신축건물에 입주한뒤 나타나는 증상을 '새집 증후군(Sicr house syndrome)'이라고 한다. 이밖에 두통, 비염을 비롯 피부염, 천식등 알레르기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새집 증후군'은 1990년대초 미국에서 5대환경문제의 하나로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부터 피해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데 이어 지난 연초 한 TV방송이 이 문제를 환경다큐멘타리로 제작 방영하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도내서도 신규 아파트단지 주변 병원에 이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새집 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은 벽지, 바닥재, 페인트, 접착제등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때문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란 대기중에 있는 유기화합물의 총칭이다. 3백여 종류가운데 포름알데히드(HCHO)와 벤젠, 톨루엔, 클로로포름, 아세톤등이 대표적인 물질로 꼽힌다. 특히 이같은 물질들은 신축후 5년이 지나서도 꾸준하게 방출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새집 증후군'은 20세기에 꽃을 피운 석유화학공업이 만들어낸 환경공해병인 셈이다.
실제 국내제품 고급 건축내장재의 오염물질을 측정한 결과 포름알데히드가 미국 기준치보다 7배나 많이 나왔다. 실내에서는 오염물질이 인간의 폐에 직접 전달될 확률이 실외에서 보다 1천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환경부가 '새집 증후군'의 원인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이달 16일부터 건축자재별로 오염물질 방출정도를 6등급으로 표시해 수요자에게 사전공지하는 품질인증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와함께 일본처럼 아파트에 외부공기를 유입시키는 환기장치를 설치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광우병·조류독감등으로 마음놓고 먹을 것이 없다고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런데 먹을 것에 이어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까지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도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개개인이 주의하기에 앞서 정부에서도 실내의 공기오염방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