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철근파동으로 아우성

 

"24년간 건설현장을 누볐지만 이처럼 심각한 철근파동은 처음입니다”

 

학교 신축공사에 한창인 도내 A사 건설현장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심화되기 시작한 철근난이 가히 파동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철근 뿐이 아닙니다. H형강에서부터 철물에 이르기까지 '철'자가 들어간 건설자재는 올들어서만 20∼30% 가량 올랐습니다. 시공사는 물론 협력업체들의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도내 건설현장이 철근을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철강업계가 지난해 연간 단가계약을 수차례 거부한데 이어 올들어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면서 시중에서 철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관수철근 공급이 중단되면서 공사일정에 쫓기는 일부 시공사들은 어쩔수 없이 사급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발주처의 자재비 인상분 반영여부도 불투명, 수지걱정이 앞서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도내 철근가격은 이날 현재 톤당 60만원을 돌파, 지난해 말 46만원에서 50일만에 무려 30%나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기간 34만원에 비해서는 거의 두배 수준으로 폭등해 업계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A사의 경우 발주처로부터 사급대체 승인을 받아 이달초 톤당 51만원에 계약을 체결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급금을 주고 예상소요량의 절반 가량을 확보했지만 철근 공급업체가 나머지 물량에 대해 최근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한 불은 껐다는 A사는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다.

 

자금여력이 없어 철근을 확보하지 못한 건설업체들은 공사중지명령이 해제되는 다음달에도 철근난으로 인한 공사차질이 불가피한 형편에 놓이게 된 것.

 

B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현찰을 줘도 철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업계에서 철근에 투자하면 돈 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공사일정이 빠듯한 일부 수해복구 및 경지정리 공사현장은 어쩔수 없이 공기를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철근난이 심화된 것은 중국의 고철수요 증가로 국제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고철업체들마저 출하를 거부하는 바람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 원가부담이 가중된 철강업계가 조달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관수용 공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다음달 중 조달청이 철강업계와 연간 단가계약을 위한 입찰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성사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3월중 철근값 추가 인상설이 나돌아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철근을 확보하려는 건설업체는 물론 일부 사재기 현상까지 겹쳐 철근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