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연쇄폭발로 수백명 사상

 

이라크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에서 2일 이슬람 시아파 최대 성일(聖日)인 아슈라(애도의 날)을 맞아 수백만명이 모인 가운데 로켓 공격을 보이는 연쇄폭발이 잇따라 발생, 77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라크에서는 아슈라를 앞두고 이라크 전후 안정을 방해하려는 세력들에 의한 테러공격 가능성이 점쳐져 왔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최근 며칠동안 비교적 평온상태를 유지했던 이라크가 또다시 혼돈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양상이다.

 

한편 폭발당시 카르발라에서는 프리랜서 사진기자 등 한국의 취재진 2명이 아슈라 종교행사를 취재중이었으나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 카르발라.바그다드 연쇄 폭발=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카르발라에서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직전 시아프의 주요 사원 두곳에서 로켓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이 잇따라 6차례가 발생하면서 최소한 50명이 숨졌다.

 

현지 경찰 대변인인 라힘 미샤위는 "이번 폭발은 히야비지역에서 6차례 이상 발사된 로켓 공격에 의해 일어났다"고 밝혔다.

 

카르발라는 시아파가 추앙하는 이맘(종교지도자) 후세인과 압바스의 사원이 있기 때문에 제4대 칼리프 알리의 묘지가 있는 나자프와 함께 시아파 무슬림에겐 최고성지로 꼽히며 이날 아슈라를 맞아 시아파 신도 200만명이 이상이 운집해 있었다.

 

아슈라는 이슬람력으로 새해 첫달인 무하람 성월 10일을 지칭하는데 시아파의 시조로 볼 수 있는 제4대 칼리프 알리(빈 아브탈리브)의 아들인 후세인이 서기 680년 이날 카르발라 전투에서 사망해 애도의 날로 기리고 있다.

 

폭발 직후 수많은 신도들이 이리저리 대피하면서 엄청난 혼란상황이 연출됐으며 현지 방송들은 광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참혹한 시신의 모습과 폭발로 형성된 검은 연기를 방영했다.

 

특히 현지 의료진들은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카르발라에서 폭발이 발생한 시간대에 시아파 이맘인 무사 알-카돔의 사원으로 이어지는 바그다드의 알도르와자 정문 부근에서도 로켓 공격으로 인한 폭발이 일어나 최소한 27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알-카돔 사원에서도 아슈라를 맞아 수천명의 시아파 무슬림이 모여 있었다.

 

현지의 한 주민은 알-카돔 사원 주변의 카드미야 거리가 폭발직후 놀라 대피하는 사람들로 극도의 혼잡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누구의 소행일까= 바그다드 폭발은 카르발라의 연쇄 폭발사건이 시아파 종교행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노린 세력에 의해 자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라크 경찰과 미군은 무하람 기간에 종파간 분쟁을 일으키기 위한 테러공격이 감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지만 이번 폭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현지 관측통들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후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아파를 견제하고 순조로운 주권이양을 방해하려는 후세인 전 대통령 추종세력이나 외국에서 유입된 테러조직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아흐메드 찰라비 과도통치위원이 이끄는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인타파타 칸바르 대변인은 "후세인 추종세력과 외국의 테러조직이 감행한 테러"라고 규정하면서 "최소한 후세인 추종세력이 이번 테러를 지원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니파이자 과도통치위원인 나시르 차데르지는 "이번 테러가 이라크인들에 의해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며 외국 테러범들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만 밝혔다.

 

 

◆이라크 불안과 공포 확산= 수니파 무슬림에겐 축일이고, 시아파에겐 애도의 날인 아슈라는 이라크에선 휴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주요 도시는 상가가 철시해 한산했으나 사원 주변엔 인파가 몰렸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카르발라 등지의 연쇄 폭발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자 예상치 못한 또다른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아킬 알-라시드(27)는 "도저히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면서 "미군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이번 폭발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군 당국의 책임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