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사립고 상산고 그후 1년

원어민 교사에게서 영어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 (desk@jjan.kr)

 

지난 2일 개최된 전주 상산고등학교 입학식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유난히 학부모들이 많았다. 전북이 아닌 타지역 출신 신입생이 많았기 때문.

 

학교측은 입학식후 이날 참석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설명회를 열었다.

 

2003학년도부터 자립형 사립고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 올 신입생은 12개 학급에 3백60명(여학생 1백20명). 이중 타 시·도 출신학생이 48%를 차지했다.

 

자립형 사립고 운영 첫해인 지난해에 비해 외지학생 비율이 13%나 높아졌다. 그만큼 도내 중학생들의 입학문이 좁아진 셈이다. 서울과 경기등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제주·충청·전남·경상도등 전국 각지에서 공부에서만큼은 내로라 하는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았다.

 

 

21세기형 세계인 양성'요람'

 

최근 고교 평준화제도 수정·보완론이 다시 부각되면서 자립형 사립고 운영 2년째를 맞은 전주 상산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도 어김없이 입학식날 신입생 전원에게 책 한권씩을 선물했다. 면학을 독려하는 문구와 함께 저자의 친필서명이 곁들여진 수학 참고서다.

 

지난 1981년 개교, 2003학년도에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된 상산고는 고교 수학참고서의 바이블로 통하고 있는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박사가 설립한 학교로 이름나 있다.

 

또 자립형 사립고 전환과 함께 이현구 전서울대 부총장이 교장으로 취임, 화제가 되기도했다.

 

교육과정을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는 이 학교는 국어와 영어·수학교과를 중시한다. 대학입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과목인데다 대학 입학후에도 모든 학문을 연마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 또 사회에서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학교측이 설명하는 이유다.

 

특히 이사장인 홍성대 박사의 명저 '수학의 정석'이 학교설립의 근간이 되었다는 점에서 수학과목에 대한 관심은 더 특별하다. 서울대 김홍종 교수등 대학교수들이 강사로 나서는 수학특강과 과학특강은 이 학교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또 영어과목의 경우에는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원어민 강사 5명을 채용하고 한 학급(30명)을 수준에 따라 두그룹으로 분반, 15명씩 지도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와함께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양서읽기와 개인연구시간및 명사특강을 꼽았다.

 

21세기 정보화사회에 필요한 지식인으로서의 자질과 세계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50권의 필독서를 선정, 2년에 걸쳐 전교생이 읽게하고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다는 것.

 

이와함께 대학교수들을 강사로 초청, 글쓰기 지도를 병행하고 전문 직업세계에 대한 소양을 넓혀 장차 대학 전공선택에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명사초청 특강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유시야 외교통상부 본부대사와 정운찬 서울대총장·박오수 서울대 경영대학장등이 명사로 초청됐다.

 

또 전교생에게 매주 2시간씩 태권도 교육을 실시, 학생들의 체력향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전국 6곳운영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학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올초 전국 중·고교생과 학부모·교사·교수등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평준화제도 수정및 보완방안에 관해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대안학교등 특성화된 학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자립형 사립고는 지난 2002년 5월 지정돼 2003학년도부터 학생을 선발한 전주 상산고를 비롯, 현재 전국에 6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94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처음 언급된 자립형 사립고제도는 1997년 교육부가 이를 시행하기 위한 청책연구와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교육계에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치열한 찬·반 논란을 거쳐 2002년 강원 민족사관고와 경북 포항제철고·전남 광양제철고등 3개학교, 그리고 이듬해부터는 울산 현대 청운고와 부산 해운대고·전주 상산고가 시범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당초 평준화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2003학년도부터는 10∼15개의 자립형 사립고를 운영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과 차이가 생겼다. 사학재단의 전입금 비율등 자립형 사립고 전환 신청요건이 부담으로 작용한데다 일부 교육단체의 반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산고의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 기간은 2003학년도부터 3년간이며, 이 기간동안 학교법인 상산학원에서 21억원의 재정을 부담한다.

 

상산고는 2004학년도 입학시험을 지난해 11월초에 실시했다.

 

응시자는 3백60명 정원에 1천27명으로 2.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형방법은 내신성적과 대학에서 실시하는 방식인 심층면접.

 

4백점 만점에 내신성적이 3백점을 차지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만큼 심층면접에서 당락이 좌우된다.

 

한편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 발표이후 귀족학교라는 이유로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 반대입장을 견지해왔던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2005년 시범운영 결과를 지켜본뒤 도입여부를 결정하기로 방향을 선회, 2006학년도 이후에는 서울에도 자립형 사립고가 운영될 전망이다.

 

 

상산고 정희상 교감

 

"가정 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성적 우수자보다 장학금 지급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정희상(鄭熙祥) 전주 상산고 교감은 자립형 사립고가 일반인들에게 귀족학교로 인식되고 있는데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년·소녀가장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수업료 전액을 면제해주고 있고 대학에서 실시하는 근로장학생제도를 도입, 한 학년에 15∼20명 정도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교감은 또 전체 수업료의 15%를 장학금으로 책정, 수혜자가 한 학년 3백60명중 1백명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의 1/4분기 수업료는 85만4천1백원이고 여기에 학교운영지원비 15만1천2백원이 더해진다.

 

올해 전주와 익산·군산등 평준화 지역 일반계 고교의 분기당 수업료가 28만4천7백원인점을 감안하면 일반 고교의 3배에 해당되는 금액이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경제적 여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교감은 또 "도내 거주 학생들중 일부는 학부모들의 권유로 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학교수업에 만족하고 있다”며 "특기적성교육이나 보충수업 대신 야간 특강을 개설, 학생들이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준별 야간 강좌를 개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최고의 강사진으로 학교에서 '똑부러지게' 가르치는 만큼 학부모들에게도 오히려 경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특목고에 비해 재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나 전학생 비율도 훨씬 낮다.

 

"전체 학생의 절반정도가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힌 정교감은 "타지역에서 온 여학생들중 몇몇은 집생각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학교 입학생중 전학생은 모두 15명. 부모와 처음으로 떨어진 타지생활을 견디지 못해 고향으로 전학간 학생과 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옮긴 경우가 각각 절반씩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