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을 넘겨 지천명(知天命)을 향해가는 40대의 중간에 선 두 연주자가 독주회를 연다. 흐르는 세월따라 이들의 음악도 변했다. 손 끝으로 창조해내는 음악의 폭은 더 넓어졌고 깊이는 더 깊어졌다. 흔들림없이 '음악'이라는 한 길을 걸어왔지만, 더 큰 음악적 세계를 찾아 떠나는 길찾기를 쉬지 않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승돈 교수(45·원광대)와 피아니스트 서혜경 교수(46·경희대)가 열정적인 연주에 원숙미를 더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무대에 선다.
매년 독주회를 열며 지치지 않는 '음악적 젊음'을 보여온 양교수의 올해 무대는 '양승돈의 바이올린 이야기'다. (16일 오후 7시)
"작곡자는 음악적 기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이나 철학도 악보에 함께 담죠. 악보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연주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화가 되지않은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고 생각하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이올린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건다. 그 이야기는 봄 햇살처럼 따뜻하고 향기를 품고 막 피어난 꽃송이처럼 밝다. 브람스의 Scherzo(스케르초)·비에니아프스크의 '화려한 폴로네이즈'·베토벤의 소나타 등. "봄과 새학기를 여는 마음으로 밝은 곡들로 준비했다”는 양교수는 "관객들도 음악을 듣고난 자신의 느낌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오스트리아 부르크너 음악원, 러시아 페트로자봇스크 음악원에서 공부한 양교수는 실내악 분야에 관심이 많다. 남성 실내악단 및 앙상블 예전의 리더로 실내악 활성화에 노력을 쏟고있다.
피아니스트 조선영씨와 첼리스트 최미라씨가 탱고음악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를 협연한다.
"콘서트 현장에서 연주자와 객석 간의 주고 받는 관행을 믿지 않는다”는 서혜경교수. 쉬지않고 이어지는 연주회마다 '역시'라는 객석의 감탄사를 뽑아내고야 마는 서교수가 다시 전주를 찾는다. (18일 오후 7시 30분)
유난히 '신동'과 '천재'가 많은 서양음악계에서 그는 "관객의 환호에 연주자는 자기 만족의 악순환에 빠져든다”고 말할 정도로 노력파다. 무리한 연습으로 근육파열이라는 좌절을 안기도 했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선 그의 연주는 건반 위에서 힘있게 솟아오른다. 매노그 국제 콩쿨·부조니 국제콩쿨·팜비치 국제 콩쿨 입상자 초청 콩쿨 등 한국 피아니스트 중 최다 국제 콩쿨 우승이라는 화려한 이력 뒤에는 불을 끄고 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로 연습하는 서교수의 열정이 있다. "이제 '건반 위의 여신'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이번 전주 공연에서 부드럽고 낭만적인 슈만과 '러시아의 쇼팽' 스크랴빈, '현대음악의 대부' 스트라빈스키의 곡을 새로운 레퍼토리로 선택해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