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촛불집회는 시민운동

최동성 편집부국장

 

요즘 두사람 이상 모이면 대부분 탄핵 얘기다. 탄핵가결로 촛불집회 또한 탄력을 받아 갈수록 들불처럼 위세를 더하고 있다.

 

정치권은 탄핵반대를 주장하는 이러한 촛불시위를 둘러싸고 배후 개입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시민운동의 불꽃이 정치색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서글프다. 국회가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새롭게 짜여지는 시위문화의 틀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뿐이다.

 

탄핵규탄 자발적 참여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후 정국은 후폭풍으로 지각변동에 휩싸이고 있다.

 

반면에 대다수 시민들은 혼란없이 일상을 유지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번 일은 우리의 정치가 문제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탄핵사태는 국민협박정치의 전형으로 작년의 재신임 논란에서 시작하여 한번은 대통령이, 또 한번은 야당이 돌아가며 주역을 맡은 것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 광화문뿐 아니라 전주코아백화점 앞과 군산 시민문화회관 앞, 익산 남원 무주등 도내 곳곳에서 열린 탄핵무효 집회를 생각해보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국회해산을 촉구했지만 난장판이 따로 없는 국회와는 차이를 보였다. 과거와 달리 별다른 불상사나 소요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요구를 표현했다.

 

예전과 같이 일당을 주고 동원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선관위가 그냥 놔둘리가 없다. 자발적 참가자가 주축이다. 참석자들도 다양하다. 대부분 제돈 내고 참석한다.

 

일부 정당에서 '집권여당의 친위집회'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참석자의 대세는'친노(親盧)와 반노(反盧)'도 아니었다.'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임을 분명히 하면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지정당이나 정치세력에 관계없이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총선만을 목표로 한 행태를 정면으로 문제를 삼은 것이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탄핵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정치권의 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민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촛불집회가 대통령 신임과 연계시키는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 있을 때마다 새로운 갈등을 풀어나가는 또 하나의 시민혁명운동이 거듭나고 있다. 집회가 자칫 정치적으로 기울어 불법선거시비를 낳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촛불집회는 국민의 분노로 일어난 것이다. 이것을 정치가 개입됐느니, 안됐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잘못된 탄핵이라면 다시 거둬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은 내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들리는 정당에 어떻게 표를 주겠는가.

 

성숙한 시민의식 발로

 

이번 촛불집회는 정치집회라기 보다는 87년 민주항쟁과 2002년 월드컵 응원처럼 새로운 거리문화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를 성숙하게 만드는 약으로 치부될 수 있겠다. 탄핵안 규탄이라는 극히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탈세대, 탈이념, 다문화적인 모습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그 나물에 그밥'처럼 생각했던 정치인들에 대해 총선에서 국정혼란의 책임을 묻겠다는 시민들도 없지 않다. 선거를 통해 과거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국민들이 보고싶어하는 것은 미래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민적 권리를 복원하고 최소한의 정치공간을 확대하려는 시민운동이 이 대목을 놓치고 지나갈 일은 만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