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정체성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남원은 하늘이 고을을 정해준 땅이라 해서 '천부지지(天府之地)'라고 해요. 자연의 이치와 순리를 존중하고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살고 있어요.”
남원이 그렇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서려있는 지리산을 접한 천혜의 자연환경과 따뜻한 기후, 비옥한 토지로 예전부터 살기 좋은 고장으로 유명하다. 밝고 온순한 사람들 역시 진국이다.
역사와 문화자원, 전통생활민속을 잘 간직하고 있는 남원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는 남원문화원(원장 노상준)이 남원 사람들의 삶의 풍경과 그들만의 문화를 담아내는 작업에 나섰다. 그 첫 결실인 2003년을 돌아보는 '天府之地 沃野百里, 남원의 삶과 문화' 창간호가 나왔다.
이사회의 토론을 거쳐 소식지의 방향과 큰 줄기를 잡고, 기획부터 발간까지 사무국장 이석홍씨(44)와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양원석(58·전 남원시 문화관광과장)·서정섭씨(43·서남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주축이 돼 첫 정기간행물의 산고를 치러냈다.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어요. 종합소식지 발간은 재작년 연말부터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여건이 어려워 이제 시작하게 됐어요.”
1년 네차례 발간을 계획했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연간으로 바꾸고 그해 남원의 문화변동 사항을 중점적 이슈로 다루기로 했다.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횟수가 잦다보면 내용의 충실도가 떨어질 우려도 작용했다.
지역 상황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원고를 청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창간 특집은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문화 축제로서 연륜과 전통을 이어왔지만, 그동안 많은 진통을 겪어온 '춘향제'를 택했다. 해묵은 논쟁거리였지만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춘향제'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도록 노력했다.
이 사무국장은 "계층별 시각도 다르고, 남원의 지역적 특성과 현황을 잘 알고있는 필자를 택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남원의 삶과 문화'라는 제호 서체도 남원문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에서 집자(集子)했고, '춘향제' 특집 외에도 남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포착하는 '포토에세이', 착공 3년여만에 모습을 드러낸 남원향토박물관을 다룬 '시선집중', '남원 리포트', '2003 남원문화원 활동' 등 남원 문화의 1년을 담아냈다.
표지 그림의 소재가 된 화로는 '화로 속에서 잘 다독여진 불씨는 급박하지 않은 은근함으로 영겁의 세월을 기다려온 남원의 문화며, 화로 속의 숯불의 속성과 같이 이 책이 따뜻하면서도 영속적인 남원문화의 창달 도구가 되길 바라는' 편집자들의 마음이다.
"역사 문화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어 재정립해 볼 생각입니다. 그 속에서 지역에 관한 여러 문화적·사회적 이슈를 기록해 나가야죠.”
1964년 설립된 남원문화원은 40여편의 향토문화자료집을 간행했고, 홈페이지를 통해 남원 역사를 데이터 베이스화하고 있다.
현재 남원문화원은 '잃어버린 남원의 주산(主山) 백공산(百工山)을 찾자'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공산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보호와 복원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이 사업은 '남원의 삶과 문화' 2004년 호의 주 테마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