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나루터'(연출 류영규)의 앙코르 공연을 열고 있던 극단 '창작극회'. 홍석찬 대표는 '공연을 보고 싶어도 찾아오기 힘든 사람들에게 연극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단원들에게 '장애인 무료관람' 이벤트를 제안했다. 수입보다 빚이 더 많은 극단 살림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전주자림원 장애우를 초청하자'는 대표의 뜻에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지금은 공연을 관람한 후 "난생 처음 연극을 봤다”며 고마워하는 이들을 보면서 더 큰 보람이 느껴진다.
문화시설과 공연단체들의 관객 서비스가 업그레이드되면서 공연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앉아서 관객을 기다리던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학교나 각 단체 등을 돌며 적극적으로 관객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만한 변화는 공연장 나들이가 쉽지 않았던 사람들을 공연장에 초대해 소중한 관객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상봉'(연출 류경호)으로 전북지역 순회공연을 가진 창작극회는 전주와 익산에서 비전향장기수 7명을 초청해 공연을 펼쳤다. 공연장 로비에는 비전향장기수의 사진·기록 전시회와 양심수 후원회 모금활동을 벌여 수익금 전액을 해당단체에 전달했다. 다음 달 올릴 '반쪽 날개로 날아간 새'에도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아픈 역사를 더 적극적으로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세미나와 전시회, 초청강연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27일 막을 내린 제4회 전주시민영화제(위원장 조시돈)도 비전향장기수의 삶을 기록한 개막작품 '송환'의 상영에 맞춰 전북과 서울에서 살고 있는 6명의 비전향 장기수를 초청했다. 또 매 상영시간마다 특별 이벤트를 마련해 객석에 작은 선물을 나눠줘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정기공연 '꽃다방 블루스'(연출 박근형)에 양로원 노인들을 초청했던 전주시립극단은 지난 27일과 28일 정기공연 '언챙이 곡마단'(연출 류경호)에 소년·소녀 가장과 보육원생 1백30명을 초청했다. 정경선 단무장은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공연을 꾸준히 가질 계획이며, 앞으로 전주시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자 등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도 함께 초청해 공연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극단 '명태'(대표 최경성)는 창단 때부터 매 공연마다 객석에 '사랑의 모금함'을 돌려 매년 말 양로원에 전액을 기탁하고 있다.
매 회마다 관객이 늘고 있는 도립국악원(원장 이호근) 목요상설무대는 지난 25일 네 번째 공연에서도 85%가 넘는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1천여명의 후원회원들에게 이메일·문자메시지 보내기 등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홍보전략에서 기인한다. 도립국악원 기획실 김종균씨는 "추후 상설공연은 객석의 50%를 학교·병원·관공서 등 지역단체들의 신청을 미리 받아 제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김갑도)가 지난해 1월부터 재활복지 단체나 사회복지단체·봉사단체 등의 신청을 받아 객석의 일정부분을 무료로 제공했던 '희망의 객석나누기 운동'의 한 모습이다.
빈 좌석을 무료 관객으로 채워야 할 만큼 형편이 어렵지 않은 곳도 있지만, 이런 추세가 늘고 있는 것은 공연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다보면 공연의 질적 향상도 당연히 따라오기 때문. 한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이 늘다보니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시작된 곳도 있겠지만 소외 이웃을 공연에 초대해 사랑을 나누는 이런 일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