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허소라 시인의 '이 풍진 세상'

 

우리가 굳이 떠밀지 않아도

 

겨울이 떠나고

 

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

 

봄은 이렇게 절룩이며 오는데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데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구경꾼은 없더라

 

팔장 낀 구경꾼은 없더라

 

지난 폭설이나 산불에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

 

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

 

비로소 그 큰 눈을 감는데

 

아무도 구경꾼은 없더라

 

그때 우리 모두는 증언장에 갔으므로.

 

/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