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JIFF]일본독립영화의 지독한 싸움꾼 둘

 

강행군. '지독한 싸움꾼 둘' 이 영화제 초반과 중반 초입까지 영화제 한복판을 누비고 있다.

 

영화 초반에 상영이 집중된 것은 짧은 일정이지만 관객과 만나고 싶다(Q&A)는 이들의 의지에 따른 것.

 

진지한 관객과의 대화, 그리고 꽉 짜여진 언론과의 인터뷰, 그리고 공식행사 일정.

 

영화제 초반 영화의 형식에서나 전주영화제가 추구하는 독립영화의 정신, 그리고 디지털에 주목해왔다는 점에서도 이들의 강행군은 반갑다.

 

'전주영화제와 꼭 어울리는' 이들은 영화 '815'의 슈고큐 쇼이치감독과 '핍 "TV"쇼'의 유타카 츠치야감독. 모두 전주영화제와 한국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온 터여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감독들이다. 우리에겐 광복절, 그러나 일본사람들에게는 패전일을 상징하는 영화제목 '815'와 제목만으로도 화제를 끌만한 '핍"TV"쇼'(Peep "TV"Show)는 나란히 디지털 스펙트럼섹션에 소개됐다.

 

유타카 츠치야감독은 제1회 영화제에서 영화 '새로운 신-포스트이데올로기'에서 상반된 이념을 가진 일본의 젊은이들이 정체성과 이념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선보였고, 역사교사 출신인 슈고큐 쇼이치감독은 조선백자에 폭 빠져 한국의 문화, 특히 백제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작업해왔다.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Q&A에 나선 슈고큐감독은 영화초반부 '전주비빔밥'이라는 간판이 잠깐 지나간다는 한 영화팬의 말에 의도적인 것이 아니고 전주영화제 초청을 받은 뒤 다시 검색하다가 발견, '전주와 보통 인연이 아닌 것같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영화를 위해 교사직을 그만둘때 가족들의 큰 반대에 부딪쳤었다는 그는 일본독립영화의 현실 또한 우리의 현실처럼 녹록치않음을 전했다. 그런 어려움을 겪고 나선 영화작업인 만큼 그의 열정은 치열했지만 그 노정 또한 늘 어려웠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그가 분석하는 일본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뚜렷한 주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 명료한 주제에 대한 그의 안타까움은 커보였다.

 

유타카감독은 '디지털 신봉자'이다.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그는 이번 상영작에서도 디지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냈다.

 

"9.11테러를 보며 TV현실은 무엇이고, 진짜 현실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한 그는 "미디어에서 주어진 정보와 이미지를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혜를 갖출 것”을 젊은 영화제작자들에게 주문했다. 영화감독, 비디오액티비스트, 게임 프로그래머 등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미디어의 종속을 우려하는 그의 의식은 'TV없이는'(1994), '비디오 액트!'(1998) 등의 작품에서도 그대로 담겨있다.

 

슈고큐감독은 97년 제작팀 '토푸'를 설립해 단편과 중편에 이어 첫 장편으로 디지털영화를 제작했고, 츠치야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 비디오 액티비스트들간의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디지털영화와 일본독립영화에 주목해온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에 호감을 보인 이들은 '색깔있는 영화제의 의미에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슈고큐 쇼이치감독은 26일 출국했고, 유타카 츠치야감독은 26일 상영이 끝났지만 28일까지 머무르면서 전주와 영화를 즐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