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예술의 미학을 추구해온 동서양의 작가가 만났다.
중견서예가 효봉 여태명교수(원광대 서예과)와 프랑스의 제 1대학 소르본 조형예술학과 미셸 시까교수.
28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들 2인전에 미술계의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번도 얼굴 마주한적 없는 이들의 동행은 작품으로 만나 또한 작품으로 대화하는 예술적 교류의 노정이다. 문자예술의 정신과 조형성에 주목해온 미셸과 동양서예의 여백미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그것이 지닌 기(氣)와 내면으로부터 발산되는 필선의 힘이 조화된 예술세계를 추구해온 여교수의 만남은 흥미롭다.
서로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체득한 감성이 '문자'로 접근하는 현대미술의 영역을 어떻게 확대해나가는가를 볼 수 있는 전시회. 이들의 작품속에서 '사회적 약속과 의미를 가지는 문자'는 단순히 소재로서의 기능이나 의례적인 예술로 표현하는 서예술의 개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수묵과 채색이라는 또다른 영역과 만나 상식적인 우리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새로운 언어로 창출된다.
이들의 만남은 철저하게 작품을 통해 이루어졌다. 프랑스에 유학중인 젊은 서예가를 통해 효봉의 작품과 저서를 접한 미셸이 오래전에 계획했던 한국 전시회에 2인전을 제안한 것.
"동양문화에 심취해, 문자예술의 본질을 학술적으로도 조명해온 작가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이었지만 문자의 예술적 의미를 확장해나가는 작업으로서 충분히 매력있었다"는 여교수는 서울전에 기꺼이 화답했다.
한국화가이기도 한 여교수가 문자예술을 바탕으로 한 서예의 회화적 세계를 지향해왔다면 미셸 시까교수는 오래전부터 문자와 개인의 고유한 글씨체를 주목, 선의 흔적과 부호를 소재로 한 조형세계를 추구해온 작가.
'획의 본질로 말하는 글과 그림'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이들의 근작외에도 개막일에 앞서 한국에 도착한 미셸과 여교수의 '한 화폭위의 공동작업' 작품 6점이 전시된다. 이들의 작품전은 내년 하반기 파리에서 두번째 자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