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JIFF]거장의 카메라에 담은 '영상미학'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 첫날인 27일 카롤린 샹페띠에 감독(왼쪽)의 행사장에서 관객들이 감독의 작품세계를 음미하고 있다.../안봉주기자 안봉주(bjahn@jjan.kr)

 

영상미학, 거장들을 만난다.

 

영화제가 중반에 들어선 27일 전주시네마 8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국내 영화 현장의 필름메이커스와 한국영화아카데미·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등에 재학하는 영화지망생들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촬영감독 카롤린 샹페띠에, 그리고 그의 작품과 대화하는 자리다.

 

지프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필름메이커스 포럼(Filmmakers Forum)은 한편의 영화를 위해 혼신을 쏟아내고 있는 각 분야 거장들에 대한 관심과 존경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전주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감독에 이어 올해는 3명의 촬영감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는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미학적이고 실천적인 특징들을 살펴보고 이것을 만들어내는 구성원의 경험적인 담론을 중심으로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섹션. 초청된 촬영감독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그들이 현장에서 얻은 영화기술을 진행자와의 인터뷰, 그리고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올해 기획된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에는 카롤린 샹페띠에(Caroline Champetier)와 정일성감독, 그리고 브라질의 거장 월터 카발로(Walter Carvalho) 감독이 초대됐다.

 

첫날인 27일 참가자들은 샹페띠에의 'H-스토리'를 감상하는 일로 거장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김재홍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서 샹페띠에는 빛의 사용과 이미지의 탐구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소신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장 뤽 고다르 감독과의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절망감에 빠져있는 감독과 작업하는 게 너무 힘들어 한동안 그를 떠났다가 간곡한 요청으로 다시 돌아왔다”며 고다르와의 개인적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샹페띠에는 "고다르 감독은 빛을 영화의 중심위치에 놓았지만, 빛이 모든 감독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며 인물들의 관계나 텍스트가 중시될 수도 있다”며 "영화작업을 통해 끝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감독과 그렇지 않은 감독과는 엄격하게 구분된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촬영을 전공하는 학생 10명과 함께 단체로 참가했다는 김병수씨는 "현역 촬영감독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기대가 크다”며 "특히 좀처럼 만나기 힘든 외국의 거장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최대한 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녁식사를 마친후 참가자들은 감독이 특별히 주목한 대표작 '오! 슬프도다'와 '밀물과 썰물'을 관람, 샹페띠에의 촬영세계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행사는 27일부터 29일까지 계속된다. 28일에는 영화 평론가인 김영진씨의 진행으로 정일성 감독이 무대에 선다. 정감독은 극히 한국적이고 서정적인 영상을 담아내는 영화계의 거목. 거장 임권택 감독의 작품세계를 실현, 한국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독보적 존재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그의 작품중 '춘향뎐'과 '황진이'가 소개된다.

 

29일에는 국제무대에 널리 알려진 브라질의 촬영감독 월터 카발로가 주인공이다. 촬영감독인 김윤희씨의 진행으로 카발로의 촬영세계를 직접 들을 수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영혼의 창'과 '아버지의 왼편으로 '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켄 파크(ken Park)'로 지난해 전주영화제를 들끓게 했던 북미의 촬영감독 에드 라크만(Ed Lachman)이 참석,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촬영감독 이야기'를 진행한다. 당초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촬영감독 이야기는 월터 카발로 감독의 일정으로 인해 계획보다 앞당겨졌고 장소도 리베라호텔에서 전주시네마8관으로 옮겨졌다.

 

영화제 개막 이전, 1백80명을 정원으로 잡아놓고 신청을 받았지만 참가자가 90여명에 그쳤던 점이 큰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