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JIFF]상영작을 들여다봤더니...

 

영화제 한 중간. 올해 상영작들을 훑다보면 영화마다 감독마다 안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상영시간이 가장 긴 작품은 6시간 20분의 '소멸하는 별빛'(미국)이다. 장대한 러닝타임의 이 영화는 제작기간도 상상초월이다. 감독 켄 제이콥스는 25살 때 이 영화를 크랭크인해 72살에 완성했다. 체코의 '핌파룸'(감독 아우렐 클림트 외1명) 제작기간도 15년이다. 가장 짧은 영화는 러닝시간 2분의 '차이니즈 시리즈'(감독 스탠브래키지·미국). 제목이 가장 긴 작품은 윤성호 감독의 '하루 10분씩 그냥 들여다보기만 해도 코펜하겐식 이별실력이 부쩍 느는 비디오'다.

 

'고독한 전쟁'(감독 제이크 마하피·미국)은 제목처럼 단 한 명의 스태프도 없이 감독 혼자 만든 영화다. 배우들도 영화 촬영지의 주민들. 가장 많은 감독이 참여한 영화는 '이공(異共)'. 이현승·김소영·김의석·박기용·김태균·봉준호 등 국내 대표적인 감독이자 평론가 20명이 각각 5분에서 14분까지의 짧은 단편을 엮어 1백62분의 한 작품을 만들었다. '마이 걸'(태국)은 대학동기인 다섯 감독이 6년 만에 만나서 제작한 영화다.

 

독일과 미국이 공조한 '타나토스와 에로스'(감독 칼 누스바움)는 선댄스·로테르담 등 45개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지만, 1975년 제작된 '야수'(감독 발레리안 보로브츠크·프랑스)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25년 동안 상영 금지됐었다.

 

최고령 감독은 고인이지만 영웅 카스트로를 묘사한 '소이 쿠바'(쿠바)의 그루지아 공화국 출신인 미하일 칼라토조프(1903∼1979)다. '토킹 픽쳐'의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포르쿠갈)은 아흔이 넘었으며, 재미난 상상력이 돋보이는 '날개 달린 사자'(프랑스)의 아네스 바르다 감독도 일흔 여섯의 고령. 벨기에 출신인 그는 '누벨바그의 할머니'로 불리는 살아있는 역사다. 최연소 감독은 '돌아오지 않는 사랑'(일본)을 연출한 1981년생 하마다 코스케 감독. 2001년 '지붕 위에서의 낚시'로 데뷔해 일본 단편영화제에서 여러 번 상을 수상했다. '오버 데이'(한국)를 연출한 조성규 감독은 1980년 서울 출생. 국내 출품 감독 중 가장 나이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