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JIFF]열흘동안의 전주영화제 무엇을 남겼나

 

올해 다섯번째 영화제를 치른 전주는 부산·부천과의 차별성을 확보해내면서 전주만의 색을 분명하게 살리는 데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다.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지만 전주를 주목하는 마니아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행사 전반의 운영과 기획 홍보는 다시 원점에서 재정비해야 할 정도로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높았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세계 33개국 2백84편의 영화가 전북대 문화관을 비롯, 모두 10개관에서 2백90차례에 걸쳐 상영됐다. 게스트는 개막식에 국내 2백여명·해외에서 80여명이 참가했고 폐막식에도 2백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일본과 이탈리아·캐나다·프랑스·미국등 6개국에서 외신기자 16명이 영화의 도시를 찾았다.

 

조직위는 올해 관객은 총 판매석 10만1천92석중 순수 유료관객은 4만5천여석으로 좌석 점유율 4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2일오전 11시 기준) 이중 ID및 무료입장 관객은 1만3천여명으로 실제 유료 관객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 운영과 조직

 

4회째까지의 노하우는 간데 없고 다시 첫 행사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올해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산만해진 반면 인력운용은 짜임새가 없었다. 선택은 넓어졌는데 집중이 없었던 셈이다.

 

메인 카탈로그의 늑장 배포나 ID카드 발급 허점, 작동이 멈추는 활용도가 없었던 무인발권기, 영사사고 등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나치게 큰 비중으로 부각된 것도 5년 연륜의 영화제에 대한 기대와 직결된다.

 

스탭들의 역할 부족이나 자원봉사자에 대한 사전교육도 도마위에 올랐다.

 

개막식때부터 불거져 나온 통역문제는 영화제 내내 해외 게스트들에게 불만거리였다.

 

너무 협소하게 마련된 비디오 시사실도 심사위원들이나 관계자들의 불만을 사기에 족했다.

 

◇ 프로그램

 

전반적으로 프로그램 선정은 좋은 점수를 받았으나 2백80여편에 이르는 상영작은 너무 많았다는 평가다. 아시아의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시아의 현실과 영화를 고민해오던 전주가 올해 전세계의 독립영화로 시선을 넓힌것이나 격년제로 운영해오던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형식의 해체는 조직위의 '좋은 작품 선정을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공론화의 과정이 요구됐다.

 

'디지털 삼인삼색'·'불면의 밤'은 지프의 아이콘이 됐을 정도로 다시 한번 성공적인 기획으로 안착하는데 성공했다. 예년보다 수작이었다는 평을 받은 디지털삼인삼색은 일본의 소극장이 디지털 삼인삼색'의 게약을 의뢰해오는 등 해외 관심이 부각됐다.

 

올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는 역시 '쿠바영화 특별전'. 전국에서 영화마니아들이 몰려올 정도로 주목을 받은 쿠바영화들은 영화제가 초반 열세를 딛고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됐다. 쿠바영화 중 '휘파람'·'루시아'·'테레사의 초상'·'소이 쿠바'·'저개발의 기억'등 5편의 작품은 EBS와 방영계약을 체결하는 실질적인 성과도 컸다.

 

무명 신인감독의 저예산 작품인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에 대해서는 내용의 선정성 등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지프의 지향을 담아낸 작품으로는 의미가 있었다는 평이 엇갈렸다.

 

◇ 기획·홍보

 

화제작을 발굴해서 적극 홍보, 영화제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는 홍보전략이 아쉬웠다. 상영작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영화제 붐 조성을 위한 주민 홍보도 소극적이었다. 부산·부천에 비해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게스트들이나 감독의 발걸음은 많아졌지만 실제 관객들과 만나 호흡할 수 있는 자리는 훨씬 적어졌다.

 

부대행사도 뜨지 않아 축제를 더욱 썰렁하게 했다. 수준 이하의 개막행사에다 주민들의 눈길을 모을 수 있는 이벤트 부족으로 영화의 거리는 축제 내내 흥이 없었다.

 

◇ 성과와 과제

 

올해 영화제는 전주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기점이 됐다. 부산과 부천의 경우도 시행착오를 바로 잡고 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 5회째부터였고 보면 정체성의 방향에 대한 논의는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전주를 매개로 외국 영화인들의 인맥이 구축되고 있고 외신에서도 색깔있는 영화제로 전주를 주목한 것은 올해 성과로 꼽을 만하다. 거장들을 초청, 영화수업을 받은 촬영감독 마스터클래스와 일본 ATG특별전·한일영화제작 워크숍도 주목할만하다.

 

반면 곳곳에서 드러난 집행부의 역량부족은 영화제를 안정적 기반위로 올리는데 걸림돌이 됐다. 특히 5회의 연류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많은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조직의 효율적인 운용도 도마위에 올랐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 상영관 환경이 크게 개선된 점도 부수적 성과다.

 

/특별취재팀=김은정 김종표 이성각 안태성 최기우 도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