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로 일컬어지는 현대 도시사회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은 아파트. 공동주택이라 불리는 아파트는 단독주택과는 달리 주차장, 화단, 정화조 등 제반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민들간 의논해야 할 문제가 많으며 그에 맞는 주거예절 등이 필요한 주거형태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무관심과 폐쇄적인 주거생활은 개인 또는 가족단위의 이기주의를 만연시켜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매우 삭막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공동체문화 조성 노력이 도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회색 주거공간에 무지개 빛 꿈을 던져주고 있다.
이들 아파트들의 공통점은 입주자대표회의 및 부녀회, 경로당 등의 주민자치기구를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주거환경 개선 및 주민복지와 화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각종 사업때마다 서로 협력하는가 하면 입주민들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각종 편의시설 운영 및 사업시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각종 경비 절감을 비롯해 아파트 단지내 장터개설 및 광고 게시판은 물론 재활용품 활용 등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조달, 주민들에게 관리비 추가부담을 주지 않고 공동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99년 입주한 전주 삼천흥건1차아파트는 이웃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감나무를 2세대당 한 그루씩 심은뒤 이름표를 부착해 공동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체육·문화행사인 한마음 축제를 매년 개최하는가 하면 도서관 헬스장 탁구장 서예·한문·영어교실 등을 운영, 주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전주시 '물절약 시범아파트'로 지정된 이 이파트는 주민들에게 물절약 가계부를 배포하는 등 물절약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전기절약 운동을 벌여 절약된 전기·상수도 요금으로 단지내 청소 및 화단 및 꽃가꾸기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 2002년 제1회 전주시 살맛나는 최우수 공동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3년 제2회 최우수 공동체로 선정된 전주 삼천동 신일강변아파트 역시 노인정을 개관한 뒤 봄·가을 관광사업을 시행하는가 하면 탁구교실 및 서예교실, 도서관 등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여가활용 및 정서함양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강변 조기축구회와 강변 족구회를 구성·운영하는가 하면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 및 삼천천 자연보호활동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해 우수공동체 아파트로 선정된 전주 평화동 우미, 아중 대우1차아파트, 평화동 동신, 서신동 동아1차, 동산동 동국아파트를 비롯해 서곡 두산, 익산 부송동 우남콤비타운, 군산 나운동 주공5차 등 상당수 아파트들도 헬스장과 도서관 운영은 물론 환경정비사업과 체육·문화축제 등을 통해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이웃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살맛나는 공동체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투명한 관리와 더불어 공동체 의식 함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안호영 아파트공동체연구소장은 "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해서 편안한 주거생활이 마냥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 이웃간에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