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축제들로 술렁거렸던 전주와 전북. 진중한 깨달음을 안길 세 편의 연극이 주말을 풍성하게 한다. 제20회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하늘'의 창작극 '땅과 새'(연출 조승철·대본 김정수)와 전교조 전주지회가 교육주간을 기념해 초청한 극단 '토박이'의 '어느 노교사의 이야기', 제9회 익산시민의날기념 공연으로 올려지는 극단 '토지'의 '하얀 목련'(연출·작 최솔)이다.
'땅과 새'는 급진적 개혁사상을 가졌지만 실패한 혁명가인 허균(1569~1618)이 '홍길동전'을 쓰고 유포시키는 과정의 갈등을 그린 작품. 홍길동을 직접 등장시켜 허균과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극적 완성도와 연기력의 조화, 연출의 분석과 조합, 무대 메커니즘 활용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출 조승철씨는 "정치와 예술이라는 이질적인 두 단어를 활용, '민중성'을 매체로 사람을 위하는 진정한 정치와 예술의 관계를 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8일 오후 7시와 9일 오후 4시 소리전당 연지홀).
현직교사이자 연극 '교실이데아' 시리즈를 쓴 임은혜씨(서울오류초등학교 교사)가 극본을 맡은 '어느 노교사의 이야기'는 44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정년 퇴임식을 하루 앞둔 한 노(老)교사의 삶을 모놀로그 형식으로 꾸몄다. 경쟁·점수·승진·차별·배제·우열 등 천박한 논리에 싸여있는 아이들과 부모·교사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소개하며, 오늘의 교육과 삶의 문제를 짚어볼 수 있는 작품. 광주에서 활동하는 '토박이'는 '금희의 오월' '김삿갓광주방랑기'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이 떨어진다' 등 의식 있는 작품을 선보여온 극단이다. 2000년 부산 민족극한마당에서 광대상을 수상한 신동호씨가 출연한다(8일 오후 2시·5시 소리전당 명인홀).
'하얀 목련'은 종가집 3대 종부 세 여인의 삶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부딪치며 싸우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를 표현한 작품. 최희영·권경선·최예규·송은주씨가 출연한다(9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