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성의 수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삼십대 젊은층도 있지만 삼사십대가 가장 많단다. 이는 실직 한 후 권위실추로 인한 자격지심과 심리적 압박감을 안은 채 부부가 24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는 부담감, 신용카드, 인터넷 채팅, 휴대폰의 남용 같은 기계문명으로 인한 폐단이 원인을 제공하며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로 인한 폭력사례는 초보적 원인이다. 한편 예전에는 여성들이 맞고 산다는 일을 쉬쉬했으나 요즘에는 한 대만 맞아도 참지 못하고 표출하며 밖으로 뛰쳐나온다는 것이다.
어떤 여성은 아이 둘을 데리고 나와 숨어살며 10년을 기다려 겨우 이혼을 했다. 아이가 너댓 살 적부터 남편 퇴근 무렵이면 "엄마, 우리 어디로 숨지?"라며 불안해했고, 때때로 폭행으로 인한 공포에 세상을 향해 구원을 요청했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의 손길은 닿지 않았다. 또 한 여성은 오죽했으면 파출소 전화번호를 붙여놓고 살았단다. 이유도 모른 채 수시로 맞고 살지만 자녀들 때문에 참고 산다고 했다. 그날도 그녀는 만신창이가 되어 북받치는 설음을 애써 삭이고 있었다. 가해자는 힘에 부쳐 실신상태가 되어서야 매질을 멈춘다니 인간의 폭력은 어디까지인가.
전주시의 경우 시의 보조를 받아 운영하는 보호시설이 시내에 두 곳이 있다. 다행히 자녀와 함께 생활하며 학교까지 보낼 수 있고 정보보완도 잘 되어 안정된 쉼터가 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여성들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 물질적, 정신적 지원이 미흡한 실상이다. 특히 그들이 독립해서 안정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한 재활프로그램이 충분치 않고, 구직을 위한 프로그램이 유료여서 실효성이 적다. 남편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여성에겐 재산권이 없는 것이 전반적인 현실이어서 그들에게는 앞으로의 생계대책이 가장 절실한 현실이다. 결국 가정밖에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결론 하에 폭력에 대한 고통과 공포를 안고 귀가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피해여성들이 경제적 자립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피해여성들도 이 국가의 국민이요, 시민이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잘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함께 고민하고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결혼가정 약 30%가 이혼가정이라고 한다. 걱정만 할 일이 아니라 그 원인을 생각하여 예방 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 시발점은 올바른 가정교육, 가족관계, 인간관계이다. 어려서부터 바르게 교육해야 한다. 어른들의 삶은 아이들의 본보기다. 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한다. 지금 가족해체현상이 많은 것은 우리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가정이 건강해야 시민사회가 건강하고 국가가 튼튼하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소중한 관계의 부부와 자녀가 폭력으로 인해, 절대로 씻어지지 않을 상처로 찢어지는 일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지. 가정이란 이 사회에 맑은 물을 제공하는 작고 사랑스런 옹달샘이어야 한다.
/이연희(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