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아름다운 승복과 相生정치

최동성 편집부국장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지금부터 2개월 전쯤 서울 광화문 사거리 어느 빌딩에 걸린 글판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중 한 문구를 담은 이 글판은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련과 역경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역경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나라를 온통 뒤흔들었던 탄핵정국을 벗어나면서 이 글귀가 다시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심리 60여일만인 14일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으로 매듭을 지었다.헌재 결정은 당연한 결과이다. 탄핵안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가 이미 반영되었고 국회의 탄핵안이 정략적인 차원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우리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마지막까지 비상한 관심을 일으켰다. 그만큼 역사적인 재판이었다.

 

만일 헌재가 재판관 9명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으면 대통령선거를 다시 치러야 했다. 정국은 일대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아닌가. 나라의 명운이 헌재에 걸려있었다고 보아도 틀림없는 말이다.

 

정치권은 이제 역사의 한 점을 찍었다. 헌재의 결정에 담담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 정도이기 때문이다. 주장했던대로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불복하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승복해야 한다.

 

헌재 결정은 단심, 종국심판이다. 불복은 있을 수 없다. 만일의 불복도 그 자체로 헌법부정일 수밖에 없다. 헌재가 헌법과 역사앞에 당당해야 하듯, 그 결정을 기다려온 대통령과 국회, 나아가 각계 또한 그 못지 않게 당당해야 한다. 역사적 결정에 정파를 떠나 모두가 승복해야 함은 말 할 것도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다행이다.

 

지금 국민은 상생의 정치, 국민을 섬기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나아가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회복해서 불안심리에 따른 경제난을 극복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획기적 프로그램이 나와줘야 한다.

 

향후 3년6개월간은 국가수준의 선거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절호의 황금기이다. 여야가 힘을 합쳐 오직 나라를 대대적으로 개조하고 개혁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따라서 권력을 둘러싼 자기관심사항 때문에 소모적 정치논쟁을 만들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동안 정쟁으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불안에 떨면서 국정의 혼란을 겪어왔는가. 국민들은 불과 한달전 총선에서 이같은 책임을 분명히 물었다. 반절이나 되는 표를 집권여당에 몰아주었다.

 

국민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국회는 잘못을 통감하고, 특히 대통령과 정치권 , 시민단체 모두는 개혁과 국정안정에 지혜와 총력을 쏟아야 하겠다. 이번 결정은 성숙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물론 여야 수뇌부는 뼈아픈 반성과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다같이 한발씩 물러나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국민과 정치는 물과 배의 관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