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한지 대신 지점토를, 부드러운 붓 대신 날카로운 조각칼을 들었다. 독특한 선과 면이 살아있는 판화적 느낌이 좋아 재료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발견한 것들이다.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실험을 멈추지 않는 한국화가 김경희씨(50)가 일곱번째 개인전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전'을 연다.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시 명동2가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
지점토를 얇게 펴바르고 어둡게 채색한 뒤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칼로 긁어내는 작업. 무수한 조각칼 자국이 남겨진 화면은 긁어진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으로 한층 심화된 작업의 깊이를 알려준다. "지점토는 다양한 시도와 입체적 느낌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의 작품은 치열함이 살아있는 '비워내는 그림'이다.
그의 화폭은 시들어가는 꽃, 앙상한 가지를 담고있지만 그는 변하는 것이 순리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저물어가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오궁리 미술촌 가족이 된지 올해로 6년째. 일곱가족 중 두번째로 많은 나이지만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고 고사리를 뜯으러 다니는 동안 그는 소리없는 생명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다음 작업은 판화와 같은 작업방식으로 자연을 담을 생각이다. 전라북도 미술대전 초대작가·한국화 동질성전 회원으로 활동중. 전북과학대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