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위에 빨간 재킷을 입고 권총을 든 총잡이.
육상경기 출발신호를 알리는 스타터(starter) 김원협씨(56·영주시청 감독).
기록경기인 육상에서 스타터는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협력자이다. 준비신호에서부터 출발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의 호흡을 고려해 방아쇠를 당긴다. 최고의 기록을 만드는 시작이 그의 손에 달린 셈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순간을 맞춰 주는 것’이 스타터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스타터는 육상 단거리 선수경력은 물론 오랜 연륜이 없으면 총을 잡을 수 없다. 김감독은 20여년째 각종 육상대회 스타터로 활약, 육상계에서는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
천안중과 서울 고명고에서 1백m, 2백m선수로 서른이 넘도록 선수생활을 해왔다. 은퇴후 국가대표 선수들을 가르쳤고, 선수발굴과 양성에도 바쳐온 육상인이다.
총을 잡은 건 85년부터. 한해 평균 5∼6개 대회에 육상연맹 중앙심판(스타터)으로 활약해오고 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에서도 단거리 경기는 그의 손에 의해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육상연맹 강화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육상계 선후배들로부터 누구보다 육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40년 넘게 육상 트랙과 함께 해온 그는 "한국 육상의 가능성을 후배들의 경기모습에 찾을 수 있다"며 "분명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기대주들을 찾는 게 가장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틀동안 열전으로 마무리된 이번 소년체전 육상에서 한국 육상의 미래를 본 것같다며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