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주년 맞은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람을 침대 길이 맞춰 자르거나 늘여서 죽였다는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고도 성장 속에서 늘 뒤따르기 마련인 환경 문제도 '프로크루스테스 침대' 위에서 몸부림을 쳐왔다. 철저한 개발 논리에 따라 그 가치와 비중이 무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초창기 시민운동으로 불리는 신사회운동이 한창인 지난 90년대 초반, 환경을 테마로 한 신사회운동 전면에 나선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새만금 간척사업, 부안 방폐장 등 환경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 내에서 환경단체가 10돌을 맞는 소회도 그래서 남다르다. 그들은 현안마다 반대만 부르짖는 '반대론자'가 아니다. 지역 주민의 권익을 고민하는 단체다. 다만, 왜곡된 개발 논리를 지적하고 공익성과 친환경적 개발에 우선적 가치를 둘 뿐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지난 10년은 도내 환경운동의 역사와 다름없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993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지역환경운동에 첫걸음을 내딘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모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으로 전환된 것은 모임이 발족된 지 불과 1년만의 일이었다.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 지상주의에 맞선 조직적 환경운동이 불가피했고, 이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했다.

 

" 환경운동 초창기는 '보존'위주의 선언적 시민운동이 주류를 이루면서 오히려 정부의 개발 의지는 더욱 확산됐던 시기였다. 이에 따른 견제 능력이 요구됐고, 조직적 환경운동이 태동하게 된 것이다.”

 

창립 때부터 단체에서 활동해온 전북환경운동연합 최형재 사무처장(42). 그는 환경운동연합과 도내 환경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고민이다. 지역 주민의 이해와 공익성이 상충되면서 줄곧 주민들로 부터 눈총을 받기 일쑤기 때문이다. 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그 입지도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환경 현안마다 불거지는 '지역 소외'의 책임을 떠안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환경을 보존하는 단체가'좋은 일을 한다'며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새만금 논쟁에 반발해 2백명 정도가 탈퇴하기도 했다.” 최 사무처장은 지역 주민의 이해와 공익성을 조화해 나가는 게 현 단체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하고, 한층 성숙된 환경의식이 이같은 해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동안 단체에서 중점적으로 펼쳐온 환경 교육과 모악산 살리기, 전주천 살리기, 자전거타기운동 등 다양한 환경운동은 환경 의식을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해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사 출신으로 지난 2001년부터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몸을 담아온 김진태 사무차장(45)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전문가 참여 활성화'와 '백화점식 시민운동 지양'을 새로운 단체상으로 제시했다.

 

김진태 사무차장은 "주민 참여형 환경운동이 최근 확산되는 등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한층 성숙된 만큼 보다 전문화된 시민단체상이 요구된다”면서 "현 단체 여건상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형편에서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환경운동 참여가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북생태환경연구소'를 활성화해 이같은 전문성 문제를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집행위원으로 임원활동으로 하다 지난 2002년부터 상근 업무를 맡게된 이정현 기획조정팀장(36)은 기존 '문제 제기위주' 의 환경운동에서 탈바꿈, 주민 밀착형 현장 운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지난해 방폐장 문제로 부안에 상주하다시피 했던 이 팀장은 올해는 단체 활동에 전념키로 했다. 오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열릴 창립 10주년 행사를 일일이 챙기고 있는 그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0주년 기념 책자가 이번에 발간된다”면서 "앞으로는 단체 활동상과 사진 등 데이터를 모아 환경운동의 사료로 남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는 5일 오후 5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건지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날 행사는 시·노래패 '나팔꽃'의 축하 공연과 단체 공동의장인 김용택 시인의 시화전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