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호성동 방면으로 가는 동물원 옆 대지마을. 이곳에 사는 김모씨(26·여·우석대 4)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 적이 한번도 없다. 습기로 가득 찬 집안이 곰팡이 냄새로 쾌쾌한데다 수십 년 전의 재래식 화장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제때 수리를 못해 별채가 무너져 자신의 보금자리마저 사라졌다는 김씨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들이 마을 도처에 산재해 있다”며 "다 쓰러져가는 집을 보고도 속수무책인 처지가 너무도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 등 마을 주민들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냥 살던지, 아니면 마을을 떠나던지…'식으로 묵살당하기 일쑤였다.
이 곳 대지마을 주민들은 지난 66년부터 40년 가까이'공원지구'라는 굴레에 묶여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노후화된 주택을 보고도 수리하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원지구에 포함돼 주택 신축은 물론 개·보수가 법적으로 규제를 당하면서 천정에서 새는 비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모두 감수해야 한다. 장마철이 다가오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지마을에 거주하는 세대는 모두 36가구. 이들 주민이 사는 주택들은 대부분 노후화돼 지붕이 내려앉거나 벽이 갈라져 하루빨리 수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일부 주민들은 불편을 참지 못해 건물에 손을 댔다가 과태료를 수차례 내야했다.
실제 마을주민인 문씨(59)는 공원지구의 설움에 못이겨 결국 새 집을 지었다가 과태료 8백50만원을 물었다. 문씨처럼 법으로 금지된 주택에 손을 댔다가 과태료를 납부한 주민만 모두 4세대.
주민들의 실상에 아랑곳하지 않는 행정당국에 대한 반감도 극에 달하고 있다.
대지마을 대표인 이동출씨(46)는 "3년전 전주시장 등 시청 직원들이 찾아와 마치 주민들의 원성을 해결해줄 것처럼 하더니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올초 공원지구해제계획이 전면 재검토되면서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밝혀 대지마을 등 공원지구내 주민들은 불편을 계속해서 감수해야 할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