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굿이 들(野)을 벗어나 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풍물패와 청중이 옆으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풍물패를 관객이 내려다보는 이색적인 무대다. 사단법인 마당(이사장 정웅기)이 해마다 열어온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13일 오후 7시 30분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전통의 정신과 삶이 얹혀진 소중한 문화유산을 발굴해 현재의 의미를 찾는 이 프로그램은 이름을 알리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온 숨은 명인들의 지난한 예술 세계를 통해 전라도 문화의 뿌리와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열 세 번째인 올해는 전라도 풍물굿의 두 축을 형성한 좌·우도 풍물굿에 주목했다. 마을마다 소리와 멋이 다른 풍물굿. 억척스럽게 대를 이으며 전통의 신명을 지켜가고 있는 진안중평굿보존회(회장 이승철)의 전라좌도 풍물굿과 고창농악보존회(회장 이명훈)의 전라우도 풍물굿이다.
서부 평야지역에서 만들어진 우도굿은 잔가락이 많고 섬세하다. 이명훈 보존회장은 "쇠가락과 장구가락, 고깔소고춤, 잡색놀이가 특징이라며 가락과 발림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연출될 소고잽이의 멋과 고깔소고의 맛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동부 산간지역에서 내려오는 좌도굿은 흥겹게 사람의 마음을 솎아낸다. 가락이 굵고 남성적이며 모든 치배가 상모를 쓰고 굿을 해 웃놀음과 쇠가락이 발달된 것이 특징. 이승철 보존회장은 "가락에 맞춰 움직이는 치배들의 역동적인 몸놀림과 화려하면서도 힘있는 상모놀음 등에 주목해 줄 것”을 권했다.
출연진은 각각 33명씩 모두 66명. 우도굿은 10대부터 80대까지 골고루 섞여있고, 좌도굿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이 주축을 이룬다.
공연은 전라좌도풍물굿, 전라우도풍물굿, 전라좌·우도합굿, 뒷풀이굿의 순서. 특히 합굿은 고창의 쇠가락에 진안의 콩꺽자춤이, 진안의 영산가락에 고창의 고깔소고춤이 교차하며 경쾌한 만남으로 치러진다. 지난 12일과 13일 고창에 모여 합굿을 연습한 이들은 "유쾌했지만, 긴장됐다”고 말했다. 좌·우도 풍물굿이 엮어낼 상생의 소리에 대한 기대와 조금이라도 더 진한 소리를 내려는 욕심이 한데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는 전주역사박물관 김성식 학예연구실장이 공연의 사이사이 전라도의 색채와 독창성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해설이 있는 무대로 꾸며져 일반인들이 모처럼 풍물굿의 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지역이 다르고 가락이 다른 대표적인 두 풍물굿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라고 소개한 마당의 김승민 기획실장은 "전라도의 특성을 잘 지니고 있는 전라 좌·우도 풍물굿의 진수뿐 아니라 고령의 나이로 머지 않아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명인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호남우도농악 중 '간이 가장 잘 맞는다는 영·무장농악'의 정통적 계보를 잇는 고창농악과 좌도굿의 맥을 고스란히 마을굿 형태로 잇고 있는 진안 중평굿. 좌·우도의 정통성과 굿의 정신을 대를 이어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두 풍물굿의 만남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우리 춤과 가락을 통해 우리 것을 찾는 의미 깊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반 1만원(학생 5천원) 문의 063)273-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