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가락과 장구가락, 고깔소고춤과 부들상모놀음, 잡색놀이와 판굿…. 우리의 가락은 공연장 무대에서도 신명의 감흥을 선사했다. 꽹과리 소리에 놀라 오감이 멍해지다가, 이윽고 한 패거리로 동요되고야 마는 살가운 힘이다.
공연장 무대에 오른 농악. 관객도 제법 모였다. 옛것을 찾아 귀하게 보듬어 안는 ㈔마당의 열 세 번째 '전라도의 춤 전라도의 가락'(18일 오후 7시 30분 소리전당 연지홀).
진안 웃놀음과 고창 아랫놀음의 만남. 전라좌도 진안중평굿과 전라우도 고창농악의 결합. 무대라는 시·공간적 제약으로 전라 좌·우도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없었지만, 관객들은 추려서 보여준 내용만으로도 즐거워했다. 연희자들의 발걸음만 보고 있어도 어깨부터 흔들리던 흥겨운 기운이 객석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좌도굿의 묘미는 함께 노는 것. 좌도굿은 경쾌한 움직임으로 굵고 강한 힘을 들려줬다. 늦췄다가 죄이고, 모였다 흩어지고 흐트러졌다 매무새를 다잡으며 한바탕 놀아대는, 전통예술의 복원력이다.
풍성하면서도 섬세하며 음악적 색깔이 짙은 우도굿은 화사한 춤사위가 인상적. 판 전체를 너울거리게 하던 고깔소고춤을 앞세워 대사 없는 마당놀이를 보여주듯 유쾌했다. 가락과 행위만으로 보여주는 풍자와 해학이다.
객석은 양쪽의 패들이 조금만 틈을 보이면 좀 쑤신 어깨를 달래는 듯 양팔을 높이 들어 박수를 쳤다. 소리에 감화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대의 절정은 좌·우도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 '합굿'. 가락을 품앗이하며, '꼭두각시놀음'을 하는 듯 서로의 몸과 가락을 밀치고 달래다가, 석전(石戰)이라도 벌이듯 힘과 멋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말 그대로 난장과 판이다. 그러나 눈여겨보면 미세한 질서가 있다. 음악도 금새 즉흥적 특성을 보인다. 재즈가 별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