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와 과정 모두가 소중한 것은 인생이나 문학이나 마찬가지다. 굽이굽이 인생사처럼 '서로 보듬고 다독이고 격려하며' 펴낸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전북수필문학회(회장 공숙자)의 전북수필 58호와 전라시조문학회(회장 유휘상)의 전라시조 32집. 회원들이 당당하게 문학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려놓은 두 권의 책은 각 단체의 회장들이 쓴 권두언과 편집위원들의 편집후기에 먼저 눈길이 간다. 특히 유 회장의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인회의 주최'를 제목으로 한 글은 문학동호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꼭 눈여겨볼 일이다.
72명의 회원들이 참가한 전북수필은 최만산·정약용·이태준의 수필을 '특별한 감동을 주는 수필'로 실었다. 군산대 허소라 명예교수의 작품을 초대했고, 신입회원들의 작품도 특집으로 엮었다. "세상사 아기자기한 모습을 눈으로 조망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편집위원 김은숙씨는 "정답고, 포근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회원들의 가슴을 읽는 기쁨 또한 컸다”고 소개했다. "전북수필을 통해 '소설로 쓴 시'이거나 '시로 쓴 철학'이라 매김 받는 수필을 두루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공 회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그 희망이 우리를 문학의 본질로 이끌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읍출신 시조시인 김준씨(서울여대 교수)의 작품과 작품평론을 특집으로 한 전라시조는 김상선·김태자·박부산·유영애·이기반·정순량·차경섭씨 등 회원 30명의 근작과 독자시단 등으로 꾸몄다. 특히 '자유시가 결국 시조를 닮아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자유시를 사설시조나 평시조로 고쳐 소개한 유승식씨의 논단 '자유시 속의 시조문학(2)'는 특별한 재미를 준다. "시조는 시대를 넘어 변함 없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려주고 있는 민족시”라는 것이 유씨의 주장. 유씨는 안도현 시인의 시 '간격'의 시구 일부를 조정해 3수의 평시조로 고친 것을 비롯해 신현림('꿈꾸는 누드') 김남조('남은 말') 김지하('해') 고은('순간의 꽃') 등의 시를 시조로 바꿔 소개했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작품을 엮어 21세기 변화되고 있는 시조문학의 한 갈래를 짚은 섹션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