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그렇게 총리감이 없나

 

지금 교육계가 경악과 분노에 들떠 시끄럽다. 입시지옥의 교육붕괴 등과 이런저런 대책아닌 대책으로 평온한 때가 별로 없었지만, 지금 교육계가 시끄러운 것은 노대통령의 이해찬 총리 지명 때문이다.

 

이미 알려질 만큼 알려진 일이라 시시콜콜한 저간의 이야기는 피하려 하거니와 한마디로 이해찬 총리지명자는 실패한 교육부장관이다. 교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91.3%, 네티즌의 95.6%가 이해찬 총리지명이 부적절하다고 답한데서도 단적으로 그 점을 알 수 있다.

 

이해찬 총리지명자가 교육부장관 재임시절 잘못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교원정년단축과 그로 인한 교육황폐화가 그것이다. 먼저 신규교사로 교단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교원 정년단축의 취지나 명분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 교단은 그때보다 교사 법정정원확보율이 더 떨어진 상태이다.

 

턱없이 모자라는 초등교사를 충원하기 위해 아마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중초임용'이 자행됐는가 하면 등 떠밀어댄 퇴직자들을 '급구'해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등의 경우도 정년으로 자리가 비면 애초의 약속처럼 2~3명의 신규임용은커녕 기간제교사로 땜질하기에 급급했다.

 

자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리 없다. '학교붕괴'니 '교육대란' 따위 듣기만 해도 섬뜩한 용어들이 교육계를 강타했다. 그것은 사회의 불안으로 이어졌고, 학부모들의 학교 내지 교사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이를테면 이해찬장관이래 '교육악몽'이 지금도 진저리쳐질 정도로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 저변에는 불행하게도 촌지 근절이니 체벌금지따위, 교사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던 대책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촌지의 '촌'자와도 전혀 상관없는 학교에서조차 스승의 날 까닭없이 쉬는가 하면 학생들이 신고할까 두려워 수업시간 중 자는 아이들마저 깨우기가 조심스러울 지경이다.

 

세간에서는 이해찬 지명자에 대해 기획력이 뛰어나며 열정이 있고 소신이 강한 인물이라고 말하는 모양이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과는 1988년 같이 정치를 시작, 의원직 사퇴 결사 등 위기때마다 서로 '구원투수'를 맡는 등 16년 인연을 맺은 사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무총리는 그렇듯 정치적 보은으로 '할애'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빚'을 갚으라고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의 경우 선출직이니 그런 전력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지역구 유권자가 선택한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임명직은 그래선 안된다.

 

아마도 노대통령은 '총대'를 맨 교육부장관시절 '소신'을 높이 사 행정수도 이전 등 국가적 현안 타결카드로 이해찬 의원을 지명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꼼수'로 단 하나뿐이며, 대한민국의 가히 2인자라 할 국무총리 자리가 채워져선 안된다.

 

불과 5년전 교사서명운동에 의해 거의 강제 퇴임된 실패한 장관을 그들 수장인 국무총리로 임명하려는 것은 또 한번의 교육죽이기이자 국민 우롱에 다름 아니다. 정치권은 그렇게 총리감이 없는지 깊이 생각해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