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한반도의 아열대화 징후는 자연생태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모기가 겨울에도 극성을 부리는가 하면 남방계 조류인 백로 해오라기 동박새 등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있고, 전라도지방에서 잘 자라던 대나무가 이제는 충청도와 경기도지방에서도 자라고 있다.
지난주에는 경북 안동대 이종은교수팀이 2001년과 2003년 두차례에 걸쳐 경북 영양군 일대에서 동남아 등 열대 및 아열대의 다습한 산림지역에서 서식하는 (가칭)'영양사슴하늘소'를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해 관심을 끌었다. 태국·베트남 등지에서만 서식하는 이 곤충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 분포영역이 한국까지 확장된 것을 의미해 생물지리학적으로 특별한 의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학적으로 아열대기후의 경계는 가장 추운 달의 월평균기온이 영하3도가 되는 곳이다. 과거의 경우 영하3도의 등온선은 전라도와 경상도등 남부지방에 위치했으나 최근엔 서울과 경기 북쪽으로 까지 북상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제 남한의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된 셈이다. 이같은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10년쯤 후에는 아열대 북방곙계선이 황해도 지방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 우리나라의 여름철 장마패턴을 보면 장마전선이 남쪽에서 시작돼 30∼40일 걸려 한반도를 따라 북상했으며, 그 기간에는 지역적으로 강우량이 일정했고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간 뒤에는 다시 내려 오는 일이 거의 없이 폭염이 계속되는게 보통이었다. 그같은 패턴이 1990년대 이후에는 장마기간이 짧아지고 장마가 끝난후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으로 바뀌고 있다. 장마가 끝난뒤 한달간 장마기간과 거의 비슷한 강우량을 보인 지난해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장마기간 여부를 떠나 슈퍼컴퓨터로도 예측이 어려운 아열대의 대표적 현상의 하나인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다는 것도 바뀐 패턴의 하나이다.
마침 올 여름장마가 남부지방은 오늘부터 시작된다. 올 장마기간도 예년에 비해 1주일 정도 짧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패턴의 변화를 완벽하게 막기에는 물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연재해를 예상하고 사전대비에 힘쓴다면 그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