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窓]사또 떠난후에 나팔만 불어서야

안봉호 군산본부장

 

약 20년전 경제부에 근무할 때 영남지역이 왜 발전하는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당시 중앙정부의 영남지역에 대한 정책적배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영남지역의 중앙부처 인맥관리를 통한 정보수집능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말단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정부의 주요 부처는 물론 청와대까지 인맥라인을 형성하고 있었고 수시로 이들과 정보를 교환해 지역발전의 기틀로 삼고 있었다.

 

그 당시 전북은 어떠했는가.

 

중앙부처에 있던 전북인사들도 숫적으로 훨씬 적었지만 전북지역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항상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수집능력이 크게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전북의 또다른 낙후요인이 여기에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중앙정부에 대한 정보수집능력부족으로 지역발전을 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시범단지에서 전북도가 누락된 것이다.

 

시범단지로 구미, 창원, 울산, 반월시화, 광주, 원주등 6개소가 지정됐고 정부는 이 시범단지에 매년 1천억규모의 재정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클러스터시범단지의 지정은 낙후된 전북경제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전북도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추진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결과발표직전에야 사업개요와 전북의 지정배제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전북도는 뒤늦게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부랴부랴 추가로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를 지정해달라고 건의하는 가하면 '최악의 선택'이라는 군산시의 성토만 이어졌다.

 

한마디로 '사또 떠난 후에 나팔을 부는 격'이다.

 

왜 이런일이 발생하는 가.

 

전북도는 물론 도내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전북출신 인맥을 관리하지 않아 참여정부의 각종 정보와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해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얼마전 한 중앙부처 전북출신 공무원 10여명과 서울서 만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다른 자치단체에 대해 부러움을 표시했다.

 

다른 자치단체는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자신들의 지역출신공무원들과 수시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평소 인맥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록 자신들의 지역출신이 아닐 지라도 그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중앙부처로 옮겨간 공무원들과 평소에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들 자치단체들과 정보도 수시로 교환하고 무슨 일만 생기면 적극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의 자치단체들은 평소 가만히 있다가 예산확보시기와 무엇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만 중앙부처를 방문하고 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다보니 전북은 다른 자치단체와의 정보전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고 항상 무슨일이 벌어진 후에야 법석을 떠는 일이 허다하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은 중앙정부의 흐름과 변화를 얼마만큼 빨리 읽고 이를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만큼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전북출신들에 대한 평소 인맥관리와 정보소통은 중요하다.

 

이제라도 전북도는 도대로,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지역출신의 중앙부처 인맥을 파악하고 수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는게 어떨까 생각된다.

 

또다시 사또 떠난후에 나팔부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