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전주시내에서 자전거판매 및 수리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손님인 甲이 최신형 자전거를 사겠다고 하면서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잠깐만 시운전을 해보겠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그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습니다. 이 경우 甲은 형사상 어떤 처벌을 받게 됩니까?
답
귀하께서 문의하신 위 사례의 논점은 잠깐 시운전을 해보겠다고 소유자를 기망하여(속여) 자전거를 교부받은 후, 그 자전거를 타고 달아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절도죄가 성립하는지 하는데 있습니다.
형법상 절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절취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절취는 탈취의사로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여지면 되므로 소매치기나 날치기의 경우도 절취행위가 되고, 설령 행위자의 기망에 의해 피해자의 교부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교부행위로 평가되면 사기행위가 아니라 절취행위가 됩니다. 즉 피해자의 교부행위가 기망에 의한 하자있는 의사이기는 하지만 점유를 이전한다는 종국적인 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는데 반해 피해자의 교부행위가 외관상 점유를 이전하려는 의사에 의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종국적인 처분의사에 기초를 두고 있지 않고 잠시 시운전만 해보라는 정도의 잠정적인 의사에 의한 경우에는 피해자의 교부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어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았으나 그 교부행위가 피해자의 종국적인 점유이전의사가 아니라 잠정적인 의사에 의한 것으로서 행위자의 점유취득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절도죄가 성립하고 이것을 "기망수단에 의한 절도” 또는 "책략절도(策略竊盜)”라고 부릅니다.
책략절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재물을 교부하는 외관을 갖고 있지만, 점유를 넘긴다는 종국적인 의사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교부로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책을 잠깐 보는 척 하다가 가져간 경우(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15판결), 금은방에서 마치 귀금속을 구입할 것처럼 가장하여 순금목걸이 등을 건네받은 후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하면서 도주한 경우((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판결), 예식장 축의금 접수대에서 접수인인 것처럼 가장하여 축의금을 교부받아 가로챈 경우(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2227판결)는 모두 절도의 한 유형인 책략절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위 사례는 책략절도의 전형적인 경우로서 甲이 귀하를 기망하여 자전거를 건네받았으나 귀하가 자전거의 점유를 甲에게 완전히 넘겨준다는 의사없이 단지 시운전하라는 의미로 자전거의 점유를 일시 넘겨준 것이므로 사기죄가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갑은 절도죄로 처벌받게 됩니다.
/서거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