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치매, 비만과 스트레스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는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기억력 손상 위험이 두 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알츠하이머병은 노인성 치매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미국 시카고의 러시대학 메디컬센터 신경생물학 교수 로버트 윌슨 박사는 '신경학' 최근호에 이같은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윌슨 박사는 가톨릭 신부·수녀·수사 등 8백명(평균 연령 75세)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대처 능력 테스트를 실시하고, 5년 간 지켜본 결과 스트레스 대처능력 점수가 하위 10%인 그룹이 상위 10% 그룹에 비해 기억력 손상 가능성이 두 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만성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스트레스 반응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기능이 약화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윌슨 박사는 말했다.

 

또한 미국 메릴랜드대학 의과대학 교수인 파멜라 피크 박사는 '40대 이후 지방과의 싸움'이라는 저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그는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하면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내보내고 이 호르몬은 다시 세포로 하여금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도록 연쇄반응을 일으킨다고 밝히고 있다.

 

복부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지방세포에는 스트레스 호르몬과만 결합하는 특수 수용체가 있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은 이 수용체에 달라붙으면서 지방을 받아들이도록 세포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피크 박사는 인체는 비상시 방위 메커니즘을 작동시켜야 할 때를 대비해 지방을 비축해 두게 되어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뇌는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와 만성적-일상적 스트레스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는 사람에 비해 지방을 더 많이 저장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 의식과 관련한 다양한 변수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선 지방을 축적해서 체중이 증가하면 혈액순환이 억제되고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에 무리가 발생하며, 당뇨와 고혈압·각종 암 등 모든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은 증상에 앞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자율신경체계가 더 잘 알고 대처한다. 그런데도 세포가 축적작용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이 보다 더 우선순위인 생명유지 프로그램이 작동해서 세포가 군비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비만을 섭취한 열량과 영양보다 소모하고 배출한 양이 적어서 그 남는 부분이 체내에 축적된다고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처방에 있어서도 식사량을 줄이거나 영양섭취를 방해하고 세포가 겨우 축적해 놓은 지방을 약물로 분해하거나 흡입술로 배출하고 억지 운동으로 소모하는 식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대처방식은 세포수준에서 보면 결국 세포를 더욱 긴장하게 해서 생존 프로그램을 견고하게 작동하도록 몰아가는 셈이 된다. 이러한 방식들은 평생에 걸쳐서 식사를 줄이고 영양흡수를 방해하거나 평생을 뛰어야만 가능한 방법이며, 어느 때든 중지하기만 하면 세포는 바로 축적의 기회로 삼기 때문에 절대로 성공할 수 없고 요요현상만 거듭될 뿐이다.

 

잠시 성공한다 해도 결국에는 여러 가지 불균형과 부작용으로 건강을 해치고 만다. 더구나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기에 잘못된 다이어트 기준으로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국가 건강지수의 심각한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스트레스와 치매, 비만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사회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만은 잉여가 아니다. 비만은 결핍이다.

 

/정동명(원광대 전기전자정보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