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를 연구하는 저자의 견해는 대부분 신랄하고 명징(明澄) 했습니다. 그의 견해에 공감하는 바가 커서 오랜만에 좋은 글을 읽었다는 생각과 함께 하늘을 쳐다봤지요. 쾌청했습니다.”
소설가 한상준씨(50·전남 보성중학교 겸백분교장)는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녹색평론사)를 소개했다. 석유위기와 그 대처방안을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주장하고 있는 책. 그는 책장을 넘기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이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석유가 지구의 환경과 평화를 짓밟는 주요 물질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전쟁입니다. 침략의 본질이 석유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는 9월 유예기간이 끝나는 우루과이라운드를 거론하며 '쌀'을 말했다. '쌀'과 '농민'은 고창출신인 그의 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화두. 그는 지금, 보성군 득량만 인근 마을 주민들을 취재해 소설을 쓰고 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작물이죠. 에너지 문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쌀이 부족하다고 우리가 베트남을, 태국을, 인도를, 중국을 침공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가 살고 있는 보성강변은 "거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초암산에 골짝으로 머루나무가 지천이고, 20년쯤 되어 보이는 더덕을 잠깐 만에 몇 뿌리나 캘 수 있는 곳”이다. 그는 책을 덮으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인 태양열로 소요 전기의 일부를 충당하는 아름다운 집과 양질의 땅을 마련해 무농약의 먹거리를 자급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스스로 자연이 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