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광주·전남 방문 발언은 전북 방문때와 큰 차이가 있다. 전북에서는 호남소외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스스로 지역혁신역량을 갖춰 노력하면 중앙정부도 지원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에 그친 반면 광주·전남에서는 "직접 챙기겠다” "큰 판을 벌이겠다”며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다.
전북과 광주·전남의 여건과 상황이 다르다고는 할 수도 있지만 도민들로서는 호남의 변두리라는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전북이 지향하는 미래발전 방향이 광주·전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전북도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노대통령이 광주·전남 방문에서 "큰 판을 벌이겠다”고 약속한 'J프로젝트'는 전남 서남권 간척지를 포함한 해안지대에 30조원을 들여 대규모 관광·레저단지를 만드는 것. 1천만평의 부지에 다수의 특급호텔과 카지노, 1백홀 규모의 골프장을 갖춘 디즈니랜드식 관광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으로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관광개발사업과 여건 및 구상 등이 매우 비슷하다.
노 대통령은 전북방문 당시 새만금사업에 대해 "방조제를 완공해서 전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믿고 맡겨달라”고 말했다. 전남 서남권 관광·레저단지 개발과 전북의 새만금 관광개발이 상충될 경우 정부가 어떻게 조정할지 관심이다.
광주 문화중심도시, 문화수도 조성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지도 전북으로서는 억울한 부분. 광주에 비해 문화자원이 풍부하면서도 기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전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전주 전통문화 수도에 대한 정부의 상응하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 에너지관련 미래형혁신도시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노대통령은 "에너지 관련 미래형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한국전력과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집단 이전해야 한다”는 광주시장의 건의에 대해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이에앞서 전북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RFT 및 대체에너지 사업을 전략산업으로 채택한데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역량을 집중시켜달라. 초창기이므로 대학에서 박차를 가하면 중앙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대통령의 광주·전남 발언은 전북방문때와 비교해 지원의지가 보다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유보적인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노대통령은 전북방문 당시 김제공항에 대해 "사업시기만 조정한다”고 밝히면서도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은 아니다” "공항이나 짓고 도로나 놓으려고 균특회계를 만든 것은 아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지역에서 가장 정성을 쏟았던 군산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대해서도 "현재의 3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좀 더 여건을 지켜본 뒤 검토할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광주·전남 방문에서는 "광양항을 비롯한 전남 동부는 전라선 복선화 등 물류중심지역으로 만들겠다”며 "앞으로 호남이 큰 소리 칠 수 있는 밑천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대통령은 전북방문에서는 "선물을 주러온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지역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현안사업에 대해 언급했으나 광주·전남 방문에서는 모두 발언에서 선물 보따리를 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