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이 은밀하게 로미오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서 나온 극비 실종자 구조작전 ‘로미오 프로젝트(Romeo Project)’. 그리고 로미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지점 ‘로미오 포인트(Romeo Point)’.
호치민 서남부 150km 지점, 베트남전 당시 실재했던 군사 지역명 ‘알 포인트(로미오 포인트 줄임말)’는 수백명의 병사들을 실종시킨 귀신 들린 밀림으로 불린다. 월남전을 배경으로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전쟁공포물 ‘알포인트(감독 공수창)’.
올해 여름 한국 공포영화가 스타급 여성 연기자들을 내세우며 비슷비슷한 분위기로 실망스런 행보를 보였다면 감우성 주연의 이 영화는 낮게 깔려오는 어둠처럼 무게있는 공포를 선사한다.
‘당나귀 삼공’. 1972년 베트남 전쟁의 막바지, 사단본부 통신부대에 알 포인트로 떠난 18명의 대원들의 통신 암호가 들려온다.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이미 6개월 전 실종처리된 병사들이 밤마다 보내오는 구조요청. 군은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비밀리에 9명의 정예팀을 알포인트로 보낸다. 나뭇잎으로 가려졌던 낡은 비문에는 ‘不歸!(손에 피 묻은 자, 돌아갈 수 없다)’라고 새겨져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포감이 대원들을 엄습해 온다.
알 포인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1년 7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수색대 중 눈을 다친 1명을 제외하고 18명이 이 곳에서 실종됐으며, 이후 6개월 간의 구조요청으로 8명의 수색대를 보냈지만 또다시 눈을 다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이 실종됐다는 것.
겁에 질려 소리 지르는 공포가 아닌, 진중하면서도 깊이있는 공포는 소대장 역 감우성의 차분한 연기로 심리적 공포를 더욱 확장시킨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링’의 김동빈 감독에서 시나리오 작가 출신 공수창 감독으로 연출이 바뀌고 영화사 사정으로 제작이 지연되는 등 난관도 많았지만, 감우성은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진행문제로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영화여서 오기가 발동했고, 한번 인연을 맺은 만큼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꼽는 최고의 명장면은 사라진 병사들의 환상을 목격하는 장면. 잡을 수 없는 환상은 아무런 목적도, 실체도 없는 무의미한 전쟁을 상징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끝난 지 오래. 그러나 전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고통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있다. 배우들의 뛰어난 심리 묘사로 참전용사는 물론, 일반 관객까지 ‘알 포인트’의 공포 앞에서 가슴이 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