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정(道政)이 활력을 잃었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얘기다.
굵직한 지역현안들에 짓눌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환경문제에 발목을 잡힌데다 이해관계를 앞세운 이익단체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어 더욱 그런가 싶다. 특히 새만금사업이나 방폐장, 동계올림픽, 김제공항 등 굵직한 국책사업들은 표류하거나 거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도민들이 보기에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적 새만금이며, 언제적 동계올림픽이던가.
GRDP(지역내 총생산) 등 타지역과 소득격차는 벌어지고 인구마저 190만명선을 겨우 넘긴 상황에서 도민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다. 아니, 전국 시도중 가장 못사는 동네에서 각종 국책사업으로 갈등과 분열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도지사는 지역사업의 아이템을 선정하고 추진하는 중심축이고 국회의원들은 그것을 중앙차원에서 이끌고 뒷받침하는 도민의 대리인들이다. 그런데 요새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손발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참여정부의 어법으로 말하자면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나 중앙정부를 설득하는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시민단체 등 민간을 아우르는 논리도 떨어진다. 지난 7월 지사와 국회의원, 시장군수 등이 참석한 워크숍도 가졌지만 인식의 차가 좁혀진 것 같지도 않다.
13년을 끌어온 새만금사업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방폐장 문제와 함께 4대 갈등사업으로 분류했으나 이쪽에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있다. 먼저 동진강쪽 2천만평을 복합관광레저단지로 개발하려는 구상이나 이곳에 골프장 540홀을 만드는 문제도 지난달말 총리에게 보고하기까지 도내 의원들은 금시초문이었다는 것이다. 방폐장 문제는 의원들이 아예 끼어들지 않으려는 금기사항 처럼 되어 있다.
강원도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2014년 동계오륜 유치도 마찬가지다. 강원도는 김진선 지사(한나라당)와 노무현대통령의 오른팔격인 이광재 의원(열린우리당·영월 평창)이 손을 잡고 막판 뒤집기에 들어갔다. 이들의 입김이 중앙정부나 체육회 등에 먹히고 있는 것이다. 당(黨)이 달라도 지역문제에는 하나가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도내 의원들 사이에선 동계올림픽과 태권도공원을 빅딜하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제공항과 공공기관 유치도 손발이 안맞기는 매한가지다. 김제공항의 경우 채수찬 의원 등 몇명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공기관유치는 강현욱지사가 RFT산업과 방폐장을 연계, 한전등을 끌어오려 하나 정치권에선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신행정수도를 충남으로 옮기고 공공기관 이전에 충청권을 포함시켰다. 광주 전남에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J프로젝트 등 노대통령이 직접 나서 ‘큰 판’을 벌이고 있다. 이웃 동네가 발빠르게 변신해 혁신의 흐름를 타고 있는데 우리만 제자리 걸음이다. 사실 강 지사는 청와대와 국회, 당내에 우군(友軍)이 많지 않은 편이다. 반면 도내 출신 의원들은“지사가 사전에 상의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만 하고 있다. 마음을 열고 공조(共助)의 길을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