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6년 초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현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급부상하고있다.
클린턴의 한 측근과 유엔의 고위 소식통은 최근 UPI통신에 클린턴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맡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사실 클린턴 스스로도 지난 6월 자서전인 `나의 인생'을 출간한 이후 유엔에서일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클린턴의 이 같은 꿈이 실현되면 첫 미국인 유엔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된다.
그동안 유엔 안팎에서는 아난 총장이 아프리카 출신이고, 그 앞의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총장이 중동지역 출신인 점을 들어 차기 총장은 아시아쪽에서 맡을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와 관련, 중국은 벌써부터 막후에서 수라키아트 사티라타이 태국 외무장관을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나세게 되면 중국도 클린턴 지지쪽으로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엔 소식통들은 클린턴이 유엔 총장 자리에 입후보할 경우 유엔의 역할 확대를원하는 회원국들, 특히 제3세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외교관들 사이에선 클린턴이 유엔에 활력을 불어 넣어 위상을 한껏 높일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유엔 총장 진출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영향력이 큰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가 변수가 되고 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클린턴의 유엔 진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제외교 무대의 중심지인 유엔에서 민주당 이념을 전파하는 클린턴이 `잘 나가는 것'을 공화당 정부가 곱게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 행정부와 유엔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하면 클린턴의 유엔 총장 카드를 환영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은 유엔에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등 지난 59년간 유엔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왔지만 사무총장직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클린턴 본인은 재임중 유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는 등 유엔과의 관계가 깊다.
유엔에 호의적이지 않은 미 의회가 수년간 보류시킨 분담금 납부 문제를 해결했으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내부부패 문제를 트집잡아 탈퇴한 유엔 산하의 과학ㆍ문화기구인 유네스코 재가입을 성사시켰다.
퇴임후 `나의 인생'을 쓰거나 강연하는 일에 주로 매달려 왔던 클린턴은 지난 9월 초 심장수술을 받은 뒤 이제는 건강을 회복했다.
그의 측근들은 그가 미국 대통령을 연임하면서 쌓은 노련한 정치력과 에너지를새로운 일에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유엔 관측통들은 "일각에서는 유엔이 결의한 사항들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힘과의지가 없는 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클린턴이 그런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