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16일 물러나는 이들의 동정을 분석하면서 물러나는사람과 떠나 보내는 사람 모두 깊은 인상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15일까지 1주일동안 사표를 낸 각료는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과 돈 에번스상무장관, 로드 페이지 교육장관, 앤 비네먼 농업장관,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장관, 그리고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를 발표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 이르기까지6명에 달한다.
파월장관은 자신의 사임이 예정된 사실이었음을 강조하고 "누가 어떤 제안을 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식의 절차는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알고 있었다"고말했다.
이렇게 40년에 걸친 공직 생활을 접고 물러가는 파월 장관과 함께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온건하고 외교적인 접근방식도 사라질 전망이다.
파월과 종종 충돌했던 강경파 로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유임하고 콘돌리자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이 파월의 후임이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정보국(CIA) 본부에서도 항의성 사표가 줄을 이었다.
CIA 책임자들을 `기능장애'로 몰아붙인 포터 고스 신임 국장과 함께 일하기가 껄끄러워진 고참 관계자 3명이 사표를 던진 것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보좌관을 지내고 현재는 민주당지도부위원회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는 마셜 위트먼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정권에서는 인물이 곧 정책이며시행을 앞둔 정책들이 쌓여있다. 이들의 사임은 엄청난 정책 포기를 의미한다. 게다가 더욱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들이 제거되는 엄청난 속도"라고 지적했다.
각료들이 거의 하루 한 명 꼴로 물러나는 바람에 웬만한 장관들의 사임 뉴스는하루도 가지 못한다.
백악관은 이런 상황이 혼란으로 비쳐지는 것을 막고 최대한 `효율성과 새로운기회'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공보비서를 지낸 디 디 마이어스는 "모두가 큰 뉴스감이지만부시대통령은 파월을 갈아치우고 콘디(콘돌리자 라이스)를 후임으로 띄우면서 `이번엔 진짜 쓸만한 인물을 앉히겠다'는 광고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모든 각료들과 백악관 참모들을 합쳐 수백명에게 사표를 내게 한 뒤 유임할 사람만 골라내는 인사개혁을 단행했지만 공화당이 계속집권하고 임무교대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각료들이 무더기로 물러나는 것은 매우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고 역대 대통령들의 보좌관을 지낸 데이비드 거겐은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두세명은 더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무더기 사퇴는 현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기보다는 유례없이 힘들었던 4년간의 격무에 지쳤기 때문인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퇴 발표의 시기와 발표문의 표현 선택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애슈크로프트 장관은"미국민의 안전을 범죄와 테러로부터 보호한다는 목표는 달성됐다"고 해 놓고도 "나는 손으로 이 글을 썼기 때문에 비밀성이 유지될 것으로 믿는다"는 사족을 달아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파월장관은 사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과 가진 대화를 소개하면서 자신에게 "흡족하고 번다한"(good and fulsome)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표현해 여러가지 추측을 자아냈다. 기자들은 결국 `fulsome'이란 단어가 `역겨운'이란 사전적 의미보다는 `자주 오가는'이란 의미로 쓰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모든 각료들의 사퇴서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표현은 "겸허히" "큰 영예" "엄청난특권" "헌신" "감사" 등이었다.
그러나 이번 각료들의 집단 사퇴에는 닉슨대통령, 더 가깝게는 최근 물러난 짐맥그리비 뉴저지 주지사의 사퇴를 둘러싼 비장함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