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라피테쿠스 카탈라우니쿠스'(Pierolapithecus catalaunicus)로 명명된이 영장류는 침팬지보다 약간 작은 몸집에 척추 아래 부분이 곧고 나무타기에 적합한 유연한 손목과 작은 손을 갖고 있지만 손가락이 비교적 짧아 나뭇가지에 오래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며 열매를 먹고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2천200만년전부터 550만 년 전 사이의 미오세 화석 중 가장 완전한 형태로 발굴된 이 화석은 인간과 인간의 영장류 조상을 직접 연결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과 다른 고등 영장류의 공동조상에 매우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현재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살고 있는 원숭이가 2천500만년 전에 영장류의 혈통으로부터 갈라져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등 고등 영장류는 1천600만년 전에서 1천100만년전 사이 긴팔원숭이와 주머니긴팔원숭이 등 하등 영장류로부터 갈라졌으며 인간은 700만년 전 침팬지로부터 갈라져 나왔다.
학자들은 피에로라피테쿠스가 살았던 시기가 하등 영장류가 고유의 진화 과정을 시작한 뒤이지만 고등 영장류가 오랑우탄이나 고릴라, 침팬지, 인간 등으로 갈라지기 이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구엘 크루사폰트 고생물연구소의 살바도르 모야-솔라 연구원과 동료들은 바르셀로나 부근에서 맨 처음 이(치아) 한 개를 발굴한 데 이어 흉곽뼈와 두개골, 척추, 손발 등 미오세의 것으로는 유례없이 완벽하게 구성된 83개의 수컷 뼈 화석들을 발굴해냈다.
몸통은 원숭이 같고 손가락은 침팬지 같고 직립 자세는 인간과 같은 이 화석의발견은 인류의 기원을 밝혀주는 새로운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발견자들은 이로써 고등 영장류의 진화, 즉 인류의 등장이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에서 이루어졌다는 주장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모야-솔라는 이 새로운 영장류는 아마도 아프리카와 유럽 양쪽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그러나 아프리카의 화석기록, 특히 미오세 초기의 것이 너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토 대학의 데이비드 비건 교수는 모야-솔라팀의 연구는 현생인류가주로 유라시아 지역에서 진화했을 것이라는 이론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야-솔라와 보고서를 공동집필한 마이케 콜러는 "피에로라피테쿠스가 바로 모든 고등 영장류의 조상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조상과 매우 가까웠을 것이 확실하다"면서도 "빠진 연결고리"를 찾아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인류의 역사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 길이 없어 당혹해하고 있던 학자들은 피에로라피테쿠스의 발견에 전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하등 영장류와 고등 영장류의 분화 이후 고등 영장류의 화석을 찾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