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재의 선택과 용인술(用人術)은 지도자의 최대 덕목중 하나로 꼽혔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잭 웰치는 기업경영에 있어 살아있는 전설이다. 1981년 GE사의 회장에 취임, 20년간 회사가치를 40배나 끌어 올려 세계 1위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1700여건에 달하는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대형화했고 이 과정에서 10만명 이상을 해고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이같은 과정에서도 그는 인재사관학교격인 ‘크로토빌 연수원’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초거대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을 내부에서 길러낸 것이다. GE사의 최상위 10%만 들어갈 수 있는 이 연수과정은 혹독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름이 높다. 특히 차기 CEO를 길러내는데는 오랜 발굴기간과 면밀한 관찰 등을 거친다. 그리고 선택된 인재나 업적이 뛰어난 임직원에게는 감격할만한 대우를 해준다.
고대 중국에도 용인술과 관련된 책자들이 많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유소가 쓴 ‘인물지’도 그중 하나다. 여기에는 “소잡는 칼로 닭을 죽일 수는 있지만 닭잡는 칼로 소를 잡으려 한다면 소를 죽일 뿐만 아니라 그 칼에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귀절이 나온다. 인재 등용의 첫째인 적재적소를 이름이다.
남송(南宋) 명조때 한평원이 북벌에 실패하고도 재상까지 오른 것도 닭잡는 칼이 소잡는데 잘못 사용된 사례다. 유려한 말솜씨에 넘어가 실전 경험없는 조괄을 크게 기용했다가 망국에 이른 조(趙)나라의 비극도 마찬가지다. 이에 반해 당(唐)태종 이세민은 방현령을 기용해 천하를 얻었고 유비는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얻어 세력을 크게 키웠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삼성전자의 경우를 하나 더 보자. 삼성전자는 전체 직원 5만9천여명중 핵심인력 3%를 특별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상위 3%의 인재풀은 다시 S(Super)급, A급(알파벳 첫글자), H급(High Potential)등 3계층으로 나눠진다. 이중 S급 인재에게는 사장급 이상의 연봉이 지급된다고 한다.
이들은 CEO가 직접 나서 스카웃하는 경우도 있고 내부에서 발탁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내에 이들을 전담관리하는 팀이 있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7년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삼국지에 나오는 위나라 장군 등애(鄧艾)의 예를 들며 리더의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등애는 검각이라는 험한 골짜기 앞에서 부하들이 망설이자 “내가 먼저 가겠다”며 담요 한장을 두르고 절벽아래로 굴렀다. 그러자 부하들도 따랐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를 장황히 나열한 것은 인사철을 앞두고 관가의 모습이 뒤숭숭해서다. 도청이나 시군청도 연말인사를 앞두고 있다. 도청의 경우 일부 간부들은 옮겨 갈 자리만 찾느라 일손을 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강현욱 지사가“인사청탁자는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으나 청탁이 끊이질 않는 모양이다. 새만금 등 굵직한 현안을 두고 지사 혼자 동분서주할뿐 몸을 던져 일하는 등애같은 참모는 보기 어렵다고도 한다. 역대 간부진중 최고 약체라는 말도 들린다.
이같은 상황을 보며 대만의 한 고위직 인사가 집무실에 내걸었다는 글귀는 참고가 될듯 싶다. 못난 지도자는 자신의 능력을 다해 일을 하고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이 지혜를 다해 일하도록 만든다(下君盡己之能 上君盡人之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