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경쟁만이 능사인가

경쟁력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신조(信條)로 통한다.

 

경쟁은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으로써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인류의 열망과 성취감을 고취시켜 왔다. 경쟁의 논리가 기술적 진보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의 욕구수준을 계속 높여감으로써 새로운 진보와 창조를 가능케 한 것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경쟁심리는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적 동인이었다. 정치적

 

의지를 관철시키려는 이익집단 또는 정당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쟁논리가 항상 사회발전에 순기능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제 활동에서의 경쟁은 부를 증식시키는 주요 원천중의 하나이면서 또한 상대의 이익을 빼앗는 과정이기도 하다.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이른바 ‘승자전취(勝者全取)’ 메카니즘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배하고 있음이 엄연한 현실이다.

 

‘경쟁’(competition)이라는 말의 라틴어 어원을 분석해 보면 최선의 결론을 얻기 위해 ‘함께 추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원적으로는 경쟁의 결과가 반드시 유일한 승리자를 탄생시킨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국제 영화제나 음악 콘테스트에서 보여지듯이 경쟁의 과정을 통해서도 다수의 승리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함께 추구한다’는 의미의 경쟁 개념은 세계화의 강풍이 몰아치면서 ‘승리자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개념으로 변질되고 있다. 경쟁에서 상대방을 이기면 된다는 이데올로기가 지역사회는 물론 지구촌 전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정보화 흐름과 함께 개인·조직·국가간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쟁력 제1주의는 지역 사회는 물론 지구촌 전체의 공동 발전을 제약하는 사회운영원리임이 실증되고 있다. 지나친 경쟁은 인간심성의 황폐화, 사회경제적 불평등구조의 심화, 그리고 자연생태계의 파괴를 초래한다.

 

이처럼 경쟁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는 승리자와 패배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스포츠형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게임의 규칙에 따라 경쟁하는 스포츠형사회는 분명히 약육강식형 사회보다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다운 삶의 공동체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를 구성원들의 상호이익을 위한 다수인의 협동체제라고 할 때 ‘경쟁과 협동’, 즉 협동에 바탕한 경쟁이 이루어질 때 창조적 사회발전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모습은 ‘오케스트라형 사회’로 설정해 볼 수 있다.

 

단원들이 다른 악기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다듬어진 고유 음을 냄으로써 공명(共鳴)을 이루어, 청중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불러 일러키고, 그들의 정서를 순화해 가는 오케스트라야말로 앞으로 우리들이 준거해야 할 사회발전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교육계를 뿌리채 흔들고 있는 수능시험 부정 행위 사건도 경쟁 제1주의가 빚어낸 병리현상임을 인식하고 거시적 맥락에서 본질적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종주(원광대·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