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날치기

변화무쌍한 우리 정치사만큼이나 국회의 ‘날치기’역사도 파란만장하다. 의회정치가 아직 익숙하지 않던 자유당 정권 시절에는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52년 피난지인 부산에서 발췌개헌안을 날치기 한 것이나, 58년 반공법 개정안 처리 때 무술경관을 동원해 야당 의원들을 의사당 지하실에 감금했던 것이 좋은 예다.

 

부당한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군사정권(박정희·전두환) 때는 한술 더 떠 ‘밀실 날치기’라는 것이 등장했다. 69년도에 3선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여당 의원들끼리 새벽 2시에 도둑질하듯 해치워버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6공 때는 날치기 수법이 덩구 발전했다. 5공 시절만 하더라도 마이크와 의사봉은 최소한의 격식이었으나, 6공때부터 손으로 책상을 치거나 의사봉 없이 입으로만 통과를 시키는 경우가 허당했다.

 

48년 제헌국회 이래 국회에서 의장 경호권이 발동된 횟수는 날치기 목적이 아닌 단순 경호권 발동 2건을 포함 모두 6건이다. 이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발도한 경호권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심장에 꽂히고 말았다.

 

대다수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판사판식으로 밀어붙이더니, 곧 이어 실시된 총선에서 비참할 정도로 대패를 하고 만 것이다.

 

사실 날치기가 생걱처럼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헌법재판소 중 어느하나만 반대를 해도 성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국회의원들이 반대해 의결 정족수에 미달하면 날치기를 할 수 없다.

 

둘째 국회의장이 사회를 거부해도 날치기는 이뤄질 수 없다.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가 ‘무효 판결’을 하면 날치기는 국민들로 부터 욕만 실컷 먹고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법사위 상정을 위해 여당이 날치기를 했다고 해서 국회가 시끄럽다. 제밥그릇 챙기는 일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치고받는 싸움이니 그래도 보기가 싫지많은 않다.

 

그러나 이마저도 당리당략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국민들로부터 또다시 국회 무용론이 일어날 것이다. 날치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국민투표에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제발 국민여론 좀 살피고 정치를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