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캐릭터 논란

고전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관광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허술한 고증으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남원시는 흥부마을이라며 태어난 마을과 자라난 마을로 나누어 두 곳에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관광지로 개발하여 왔다. 흥부마을이라고 주장하는 두 마을이 대립하자 학자들이 결국 해결책으로 출생지와 성장지를 구분하여 흥부 관련 마을을 두 마을로 만들어 놓았다.

 

장성군과 강릉시가 각각 홍길동 출생지라며 생가를 지어놓고, 각종 캐릭터 및 관광사업을 펼치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재판을 벌이고 있다. 곡성군이 관련 설화가 자기 지역에 있다며 심청전의 배경지로 섬진강을 주장하고 관광지 개발에 나섰지만, 충남 예산군과 인천 옹진군은 심청이 바다에 빠졌다며 자신들의 지역이 배경지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전소설의 주인공을 선점함으로써 유명인을 자기 지역의 인물로 만들고 동시에 캐릭터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시군이 이들 주인공을 확보하기 위하여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설 내용이 특정 마을을 확증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확보하면 관광개발과 캐릭터 개발 등으로 돈을 벌 수 있어, 무조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완주군도 콩쥐팥쥐의 배경마을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완주군은 지난 10월 특허청에 콩쥐팥쥐 상표등록 출원을 마쳤고, 내년부터 년차적으로 콩쥐팥쥐 마을이라는 곳에 콩쥐팥쥐 집, 외갓댁, 연못, 전라감사 행차로 등을 만들고 앵곡역참도 재현해 교육전시 공간과 관광마을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제시는 금구면 둔산마을이 콩쥐팥쥐 마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콩쥐팥쥐전에는 마을을 단정할만한 근거들이 빈약하다. 김제시나 완주군이 주장하는 마을들이 모두 전라감사가 부임하는 행차길에서 벗어나 있다. 전라감사가 한양에서 전주로 부임하는 데 일부러 한참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전주로 올라와야 앵곡이나 둔산마을을 지날 수 있다. 부임하는 전라감사가 전혀 지나칠 가능성이 없는 마을들이다.

 

자치단체장들이 고전소설의 주인공을 빨리 확보하여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심정은 이해할만 하다. 그렇지만 빈약한 고증에 기초한 억지춘향식 관광개발은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