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춘향제를 살리는 길

74년 전통의 춘향제가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남원시의회가 내년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춘향문화선양회의 파행 운영과 집행부의 독선을 문제 삼아 춘향제에 대한 행사지원비 전액을 삭감키로 했기 때문이다.

 

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이 현재의 선양회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선양회가 숱한 물의를 일으키며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지만 시의회가 정면으로 이를 문제삼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선양회의 문제가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시의회는 “춘향제는 우리나라를 빛낼 독보적 문화행사지만 현재의 집행부로는 정상적인 행사를 치르기 어렵다”면서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해 의원들의 강경한 입장을 확인해줬다.

 

이제 공은 선양회로 넘어갔다.

 

“춘향제의 일시적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시의회의 강경한 입장에 비춰볼 때 내년도 춘향제의 정상적인 개최 여부는 전적으로 선양회 집행부의 거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문화관광부가 지정하는 10대 축제에서 탈락하고, 춘향제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이권개입설이 터져나오면서 지역이 어수선한 상황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되는 이유는 충분하다. 더군다나 감사원이 직접 내려와 이례적으로 감사를 벌이고 시의회까지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 아닌가.

 

춘향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축제이다. 일부 집행부의 아집때문에 중단될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수많은 축제 중의 하나’로 치부할 수 없는 무게와 역사가 담겨 있는 축제다.

 

선양회가 진정으로 ‘춘향문화를 선양하고 춘향제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초심을 기억하고 있다면 더 이상 춘향제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특정인들의 독선때문에 결국 춘향제가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