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는 딸을 시집보내는 입장에서 본 속담이고, 아들을 장가보내는 시댁측에서 본 속담은 아주 시니컬하다. 처가를 비교할데가 없어 뒷간에 비교하여 멀수록 좋다고 하는가 하면,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는 안한다며 처가를 무슨 원수지간이나 되는 것처럼 묘수한 속담도 있다. 물론 유교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속담이겠지만 그래도 듣기가 좀 거북하다.
사실 장가를 간다는 말은 장인의 집에 간다는 뜻으로 처가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아내를 맞는 것을 자랑삼아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남자쪽에서는 여자쪽을 깎아내려야 체면이 서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미개했던 시대의 남존여비 풍조가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비극을 양산해 냈을지 얼추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역시 세상은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히 바뀌는 것 같다. 사회구조와 생활패턴이 다양화되면서 이제 처가살이 싫다는 말은 옛날 속담속에서나 찾아봐야 할 듯 싶다. 결혼정보회사 (주)듀오가 전국의 20∼30대 미혼남성 5백4명을 대상으로 ‘처가살이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41.1%인 2백7명이 찬성하고 반대인 37.5%인 1백89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찬성비율이 46.7%로 30대의 34.6%보다 높아 신세대일수록 처가살이에 대한 거부반응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처가살이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딸도 자식이므로 부모를 모시는 게 당연하다’가 34.3%로 가장많았고 ‘아내의 편의를 위해’가 22.2%, ‘자녀양육 부담 감소’가 15.5%, ‘생활비 절감’이 15%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중 첫번째 찬성이유는 놀랄만한 의식변화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양성평등시대가 도래해호주제도도 폐지하겠다는 마당에 딸 아들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미상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러다가 고구려시대의 데릴사위제가 다시부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