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노아의 방주'

지난 1900년 이후 1백여년간 1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대지진은 모두 스무차레나 된다. 이란이 5건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3건 이탈리아와 터키가 각각 2건 그리고 일본과 파키스탄 칠레 모르코 페루과테말라 아르메니아 인도가 각 1건씩 기록하고 있다.

 

이중 사망자 수가 가장 적은 지진은 1968년 8월의 이란 지진으로 1만1천6백명이 사망했고,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기록된 1976년 7월의 중국 탕샨 지진에서는 무려 24만2천명이 희생됐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진도 9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은 또 하나의 불행한 지진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번 대재앙으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피해자가 전세계 80개국에 걸쳐 발생했고, 직접 사망자가 발생한 나라만도 진앙지인 인도네시아를 비롯 태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인도 말레이시아 몰디브 소말리아 등 9개국에 달했다.

 

사망자 수는 어제 오전 현재 2만3천2백명을 넘어섰는데,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지금 상황에서는 정확한 희생자수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번 지진 피해가 상상외로 컸던 것은 충돌한 지각판이 무려 1천㎞가 떨어진 서남아시아 스리랑카 해변에서 1만1천여명이 숨지고, 인도의 동남 해안에서도 해일에 휩쓸려 6천6백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한 수마트라 섬에서 6천㎞나 덜어진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에서도 수백명이 날벼락을 맞았고, 에티오피아 지부티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동부 연안국가와 예멘 오만 등 인도양 주변 반도국가들까지 해안지역 가옥이 침수돼 대피하는 소동을 볼이기도 했다.

 

지나친 비유일지는 모르나 희대의 지진사태를 보며서 구약성서 창세기편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 물론 희생자들은 죄인이고 생존자들은 구원을 받았다는 종교적 신념에서의 비유가 아니라, 자연(또는 하나님) 앞에 인간은 얼마나 보잘것 없는 존재인가 새삼 느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선한 일만 하면서 오순도순 살아도 세월이 아까울 판에 어찌하여 날만 새면 도처에서 싸움판을 벌이는지 모르겠다. 세밑이라 그런지 마음이 더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