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혹독한 경기 불황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올렸다.
국민은행과 우리·하나은행 등 이른바 국내 은행권 ‘빅 3’가 1조원대씩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신한은행과 농협도 각각 8천억원대에 달하는 순이익을 실현했으며 2003년 1조원 가까이 적자를 냈던 조흥은행도 지난해에는 2천5백억원대의 흑자로 돌아섰다. 향토은행인 전북은행도 지난해 3백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사실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예대마진과 수수료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대출 평균이자율에서 예금 평균이자율을 뺀 차이)는 3.59%로 전년의 3.36%보다 0.23%포인트나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예대금리차가 4.39%에 달해 전년의 3.84%에 비해 무려 0.55%포인트나 커졌다.
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이라며 대대적인 미끼상품으로 홍보하는 특판 예금금리가 4%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4%대의 예대마진은 폭리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은행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쥐어짜기식 장사를 한 것으로 불경기로 허리끈을 졸라 맨 국민들을 더욱 옥죈 산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초저금리로 인한 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내 배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질타가 쇄도하고 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 경기활성화를 위해 2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0.5%포인트나 인하했다. 이에 은행들도 앞을 다퉈 발빠르게 예금금리를 콜금리 인하수준으로 끌어 내렸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에는 미적미적 지연작전을 편데다 인하폭도 쥐꼬리 수준에 불과, ‘얌체상혼’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 단행한 콜금리 인하조치가 은행들의 과실만 챙겨 준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은행들은 지난해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각종 수수료를 대폭 인상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원가공개 요구가 빗발쳤지만 이를 묵살하고 수수료만 일방적으로 올려 자신의 잇속만 챙긴 것이다.
오죽하면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이 얼마전 전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은행권이 작년 사상 최대의 순익을 거둔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은행들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면 안된다”고 일갈했다.
그는 “수익성 제고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은행 본연의 역할인 타 산업분야에의 자금공급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들고 “예대마진을 축소하고 이로부터 거둔 수익이 고객들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은행에는 쓴소리로 들리겠지만 현 경제상황에선 정곡(正鵠)을 꿰뚫은 주문이다.
은행을 금융기관이라 부르는 것은 그만큼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장삿속에 눈 멀어 제조업과 중소기업, 가계 등의 어려움은 외면한채 돈놀이에만 치중한다면 허가낸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가만히 앉아서 예대마진만 챙긴다면 결국 그 후환은 은행권 스스로의 부메랑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에만 11조원이 은행에서 이탈한데 이어 올들어 1조원 가량이 증시 등으로 빠져나간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중추적 근간인 은행들이 기업과 국민들의 시름과 고통을 직시하고 스스로 예대마진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쏟아진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