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탈권력화현상은 참여정부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근래만 해도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장관을 비롯 박봉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 이병완 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 이미 교체 됐거나 후임을 인선 중에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가 “청와대가 꼭 쓰고 싶은 사람은 거절하는 경우가 많고, 이제 그만하겠다고 손들고 나오는 각료도 많아 정말 고민”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일신상의 이유, 특히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고사하거나 사의를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강도 높은 업무와 엄격한 도덕성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시쳇말로 높은 자리 앉아봤자 목에 힘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못했다간 파렴치범으로 몰려 인생이 영 망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지난 2002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비리 의혹과 관련, 15억원대의 뇌물을 물리쳐 놓고도 고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34조 2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화 부회장이 전 원장과 서울대 동기이고, 채권을 전달하려 한 계열사 사장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버럭 화를 내면서 내쳤다는 것은 전 원장의 도덕성을 단번에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게 하는 대목이다. 거꾸로 전 원장이 학교 친구를 뇌물공여 혐의로 고발했다면 우리 사회의 관행과 통념에 비춰볼 때 과연 몇 사람이나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까 의문이 간다.
도덕성이 높을수록 인간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인간에게서 신과 같은 지고지순의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다. 예수께서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던 군중을 향해 ‘죄없는 자가 치라’고 하자 모두 물러났다는 이야기는 인간역사가 계속되는 한 유효하다. 아무리 ‘법 만능시대’라고 하지만 아무데나 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결국 자신도 걸려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